2026 북중미월드컵 우승에 바짝 다가서는 4강 대진이 프랑스-스페인, 잉글랜드-아르헨티나로 완성됐다. 이번 대회처럼 4강 진출국들의 전력이 팽팽한 경우, 선제골이나 교체 못지않게 이른 시간 나온 옐로카드가 경기를 뒤흔들 수 있다. 특히 상대 공격수와 계속 맞붙어야 하는 수비수가 경고를 받으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이번 대회에서는 8강이 끝난 뒤 선수들의 단일 옐로카드가 모두 초기화됐다. 따라서 4강에서 경고 한 장을 받았다고 결승전에 결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한 경기에서 옐로카드 두 장을 받으면 퇴장을 당하는 원칙은 그대로다. 4강전 초반 수비수가 경고를 받는 순간, 남은 시간 동안 모든 태클과 몸싸움에는 퇴장 위험이 따라붙는다.
선수들은 처벌 위험이 커지면 반칙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미국 해군사관학교 연구팀이 2011~201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자료를 분석해 2016년 발표한 실험 보고서 ‘출장정지 위협은 축구의 위험한 행동을 억제하나(Does the threat of suspension curb dangerous behavior in soccer? A case study from the premier league)’가 유명하다.
연구 결과, 한 경기 출장 정지까지 경고가 한 장 남은 선수는 두 장 남은 선수보다 반칙을 약 12% 적게 저질렀다. 두 경기 출장 정지 가능성이 걸린 경우, 반칙의 감소폭은 23%까지 올라갔고 경고를 추가로 받을 확률도 낮아졌다. 이 연구는 선수들이 예상되는 처벌의 크기에 맞춰 행동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옐로카드의 영향은 개인의 반칙 횟수에만 그치지 않는다. 스페인 연구팀이 2023년 발표한 조사 보고서 ‘엘리트 축구에서 레드카드와 옐로카드가 팀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Influence of red and yellow cards on team performance in elite soccer)’은 유럽 5대 리그 2017~2018시즌 1826경기를 5분 단위로 나눠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경고를 받은 선수가 상대보다 많은 팀은 앞서고 있을 때 득점률이 다소 떨어졌다. 연구팀은 첫 옐로카드가 두 번째 경고와 퇴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선수와 팀이 보다 조심스러운 선택을 한 간접 효과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같은 경기 안에서 나타나는 행동 변화도 확인됐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알랭 슐레퍼 연구원이 2024년 내놓은 실험 보고서 ‘앙갚음의 문화 간 차이: 축구 경기장에서 얻은 증거(Cross-cultural differences in retaliation: Evidence from the soccer field)’를 보면, 이미 옐로카드를 받은 선수는 이후 자신이 반칙을 당해도 상대에 보복성 반칙을 할 가능성이 낮았다. 반칙을 저지른 선수에 옐로카드를 주면 같은 상대에 다시 반칙할 확률도 감소했다.
선행연구들은 대부분 옐로카드를 받은 선수가 위축되는 경향을 보여줬다. 그렇다고 경고를 받은 모든 수비수가 갑자기 소극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중앙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는 상대의 결정적 공격을 끊어야 할 때 여전히 반칙을 선택했다. 대신 태클을 들어가는 거리와 시점이 달라지고, 팀 동료가 더 가까이 붙어 수비 부담을 나누거나 감독이 해당 선수를 교체하는 식으로 위험을 관리했다.
공격하는 팀도 상대의 옐로카드를 적극 이용한다. 경고를 받은 수비수 쪽으로 빠른 공격수를 배치하고 일대일 돌파를 반복하면 수비수는 공을 빼앗는 것과 퇴장을 피하는 것 사이에서 계속 고민하게 된다. 발을 뻗는 순간이 조금만 늦어져도 공격수에게 슈팅 기회나 패스할 공간이 생긴다.
결국 옐로카드는 수비수의 본능을 완전히 꺾는 장치라기보다 위험과 보상의 계산법을 바꾸는 신호에 가깝다고 학자들은 본다. 퇴장 한 번이 결승 진출을 좌우하는 4강인 만큼, 노란색 카드 한 장이 경기 흐름을 어떻게 바꾸는지 살펴보는 것은 북중미월드컵을 제대로 즐기는 방식 중 하나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