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 먹고 자며 바닷속 조사가 가능한 해저 거주기지가 미국 플로리다 앞바다에 설치됐다. 매번 수면으로 돌아오지 않고 해저에 장기간 머물 수 있어 산호초와 해양생태계 연구는 물론, 우주비행사 훈련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많은 관심을 모은 이 시설은 영국 해양공학기업 딥(DEEP)이 제작했다. 지난달 말 미국 플로리다 키스 국립해양보호구역 테네시 리프에 유인 해저 거주기지 뱅가드(Vanguard)를 설치한 이 회사는 현재 실전 테스트를 준비 중이다.
수심 약 17m 모래바닥에 고정된 뱅가드는 최대 4명이 닷새 이상 머물며 연구와 훈련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해상 인수시험과 시운전, 운용 인력 교육을 거친 뒤 첫 승무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내부에는 잠을 자고 식사하며 연구하는 길이 10.7m, 폭 2.5m 규모의 다목적 생활공간과 간이 주방, 화장실이 들어갔다. 별도의 잠수 구역 다이브 센터에는 시설 바닥을 통해 곧장 바다로 통하는 출입구 문 풀(moon pool)이 설치됐다.
전력과 호흡용 산소는 뱅가드와 케이블로 연결된 부표를 통해 가능하다. 승무원은 배를 부표에 정박한 뒤 잠수해 내려가 문 풀을 통해 뱅가드로 들어간다. 식수는 별도 탱크를 통해 마셔야 하고 오수와 폐수는 모았다가 육상으로 옮겨 처리한다. 내부에 머무는 인원은 위성통신 등을 이용해 육상 기지와 계속 연락한다.
뱅가드가 잠수함이나 해저 건물과 다른 점은 내부 압력이다. 지상의 대기압과 똑같이 유지하는 잠수함과 달리, 뱅가드의 내부 압력은 주변 바닷물과 거의 같다. 학자들은 수심 17m 바닷속과 같은 압력에서 먹고 자며 문 풀을 통해 자유롭게 외부로 나가 실험하고 연구한다.
딥 관계자는 "수심이 깊을수록 높은 압력 때문에 호흡하는 질소 등 불활성 기체가 혈액과 신체 조직에 녹아든다"며 "이 상태에서 급히 수면으로 올라오면 기체가 체내에서 거품을 만들어 관절통과 신경 손상 등을 일으키는 감압병에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같은 수심에서 일정 시간 머물러 신체 조직이 기체로 포화되면, 체류 기간이 길어져도 수면으로 복귀할 때 필요한 감압 시간이 늘지 않는다"며 "임무를 끝낼 때마다 수면으로 올라가 감압할 필요가 없어, 스쿠버다이빙보다 훨씬 오랜 시간 해저에서 활동한다"고 덧붙였다.
뱅가드 밖에서 작업할 때는 등에 산소통을 메지 않고 시설과 연결된 호스를 통해 호흡한다. 이에 따라 승무원들은 산호초와 해양생물을 수 시간 동안 연속으로 관찰하고 시료를 채취한다.
이런 시스템은 승무원도 편하지만, 연구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심해 생물이나 퇴적물, 바닷물 시료를 수면으로 끌어올리면 주변 압력이 급격하게 낮아진다. 이 과정에서 세포와 분자의 상태, 유전자 발현, 용해된 기체와 화학 성분 등이 달라지기도 한다.
딥 관계자는 "시료가 수면으로 올라오면 감압되기 때문에 우리가 관찰하는 분자와 세포의 특징에는 감압 과정의 영향이 포함된다"며 "해저에서 거의 실시간으로 시료를 처리하면 어떤 변질도 없이 있는 그대로 분석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뱅가드는 사람이 머물지 않는 기간에도 센서를 이용해 주변 수온과 수질 등 해양 환경을 지속해서 관찰한다"며 "뱅가드는 산호초 복원과 산호 백화 및 질병 조사, 해양 산성화와 수온 상승 관측, 퇴적물 변화 연구, 해양생물의 먹이사슬 조사와 새로운 수중 센서·시료 채취 장비의 시험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극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인간의 신체와 정신 상태도 연구 대상이다. 좁고 고립된 공간에서 소수 인원이 협력해야 하고 긴급 상황에서 즉시 외부로 탈출하기 어렵다는 점은 우주 탐사와 닮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과거부터 해저 거주 시설을 우주비행사 훈련에 활용해 온 이유다. 딥 역시 뱅가드를 우주비행사와 전문 잠수사, 극한 환경 임무 수행자의 훈련 시설로 활용할 예정이다.
아직 뱅가드를 본격적인 해저도시로 보기는 어렵다. 전력과 산소, 통신을 수면 시설에 의존하고 승무원에 문제가 발생해도 높은 압력에 적응한 신체 때문에 즉시 수면으로 복귀하기 어렵다. 뱅가드는 인간이 바다에 머물며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는 실험실에 가깝다.
딥은 뱅가드에서 얻은 운용 경험을 토대로 여러 모듈을 연결하는 대규모 해저 거주 시설 센티널(Sentinel)을 개발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대륙붕 곳곳에 사람이 계속 머무는 해저 연구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뱅가드의 첫 유인 임무는 인간이 잠시 바다에 내려가 지내는 단계를 넘어, 연구 대상과 같은 곳에서 생활하며 바다를 조사하는 방식이 얼마나 실용적인지 알아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