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월드컵은 끝났지만 몸은 아직 대회 시간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이 많다. 한 달 넘게 새벽 경기를 챙겨본 이들은 일찍 누워도 잠이 오지 않고 오전 내내 머리가 멍해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

이는 단순히 잠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취침과 기상 시간이 뒤로 밀리면서 생체시계가 대회 시간표에 적응한 결과일 수 있다. 영국과 튀르키예 연구팀은 월드컵 후유증을 다룬 조사 보고서 ‘실제 생활환경에서 빛 노출과 수면 구조(Light exposure and sleep architecture in real-world settings)’를 지난 10일 발표해 시선을 모았다.

영국 성인 89명을 모은 연구팀은 일주일간 빛 감지기와 수면 추적기를 착용하고 500일가량 생활하게 했다. 이때 쌓인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낮 동안 밝은 빛을 오래 받고,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빛에 노출된 사람일수록 잠들고 일어나는 시각이 빨랐다. 규칙적인 빛 노출은 밤 초반 깊은 수면의 비중과도 연관됐다. 관찰연구인만큼 낮의 밝은 빛이 직접 수면을 개선했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영향이 긍정적인 것은 충분히 검증됐다고 연구팀은 봤다.

북중미월드컵 주요 경기가 밤에 열린 관계로 이번 대회는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스위스와 독일 연구팀도 북중미월드컵이 한창이던 지난 6월 23일 조사 보고서 ‘국제 지역사회 표본에서 일상적인 빛 노출 행동과 수면 시각 및 수면 불편의 연관성(Associations between habitual light exposure-related behaviors and sleep timing and sleep complaints in an international community sample)’을 내놓았다.

성인 775명을 조사한 이 연구에서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일수록 잠드는 시각이 빠르고 수면장애와 주간 기능 저하가 적었다. 반대로 침대에서 전자기기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수면장애와 다음 날 불편을 더 많이 보고했다.

그렇다면 월드컵으로 늦어진 생체시계는 언제 돌아올까. 정확한 기간은 개인마다 다르지만, 2~3시간 밀린 수면 리듬을 되돌리는 데는 대체로 몇 주가 필요하다는 연구가 있다. 영국 연구팀이 2019년 발표한 ‘올빼미족의 늦어진 시간대, 재설정을 통한 정신건강과 수행능력 개선(Resetting the late timing of night owls has a positive impact on mental health and performance)’이 대표적이다.

월드컵 후유증을 이기려면 잠에 드는 타이밍을 앞당기고 낮에 충분히 빛을 쬐어야 한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연구팀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성인들에 3주 동안 평소보다 일찍 기상하고 아침 햇빛을 받도록 했다. 식사와 운동 시간도 앞당기고 일몰 이후 밝은 빛 노출과 카페인을 줄이게 했다. 그 결과 취침과 기상 시각이 약 2시간 빨라졌고 아침 시간대의 집중력이 올라갔다. 피실험자들은 기분도 개선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 실험은 전문가들이 수면 회복을 위해 취침 시각보다 기상 시각을 먼저 고려하라고 조언하는 이유를 보여줬다. 월드컵 후유증을 털어내려면 매일 이른 시점에 일어나 가능한 한 빨리 빛을 받고, 잠드는 시간은 하루 15~30분씩 앞당기는 편이 좋다. 주말 늦잠과 긴 낮잠은 부족한 잠을 일부 보충해 주지만 기상 시각을 다시 늦춰 생체시계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

결국 월드컵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핵심은 몰아서 자는 것이 아니다. 일정한 기상 시간을 지키고 낮에 충분한 빛을 받는 생활을 1~3주간 유지해 몸에 다시 아침과 밤을 알려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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