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억100만 년 전 지구를 덮친 트라이아스기(삼첩기) 말 대멸종 이후 번성한 고사리가 대규모 산불을 부추기며 생태계 회복을 늦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 고생물학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 ‘트라이아스기 말 온난화 시기 대륙을 뒤덮은 고사리 초원의 산불(Continental-scale fern savannah wildfires during end-Triassic greenhouse warming)’을 21일 학술지 네이처에 냈다.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은 초대륙 판게아가 갈라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거대한 화산활동이 원인이다. 막대한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면서 지구의 평균기온이 크게 상승했고, 침엽수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숲이 붕괴했는데 고사리가 빠르게 번식하면서 회복이 더뎌졌다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현재 북서유럽에 해당하는 지역이 넓은 고사리 초원으로 변했고 이 식생이 대형 산불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고사리는 불이 난 뒤에도 빠르게 다시 자라 새로운 연료가 됐고, 이 때문에 산불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지구 생태계 회복이 늦어졌다는 설명이다.
위트레흐트대 바스 판 더 스호트브뤼허 교수는 “영국, 독일, 덴마크, 룩셈부르크에서 확보한 시료를 분석해 당시 산불의 흔적을 복원했다”며 “화석 숯과 산불 연기에서 생성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와 화분 및 포자의 색이 검게 변한 정도를 분석한 결과, 대륙 규모의 산불이 반복됐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고사리가 대멸종의 원인이었다는 의미는 아니다”면서도 “화산활동과 급격한 온난화가 숲을 무너뜨린 뒤, 고사리가 빈자리를 빠르게 메우면서 산불이 계속됐고, 이것이 숲의 재생을 늦췄을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계는 연구팀의 성과가 과거 지구의 재난이 오늘날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최근 북미와 호주 등에서 대형 산불 이후 고사리류나 초본식물이 가장 먼저 번성하면서 다시 화재가 벌어지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고사리 같은 양치식물은 산불로 폐허가 된 산에 가장 먼저 피어나는 식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경북 일대를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푸른 고사리가 고개를 빼꼼 내민 매체 보도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호트브뤼허 교수는 “기후변화와 식생, 산불은 서로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하나의 시스템”이라며 “과거 대멸종의 회복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오늘날 기후변화 시대의 산불과 생태계 복원을 예측하는 데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