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연예계를 떠난 대만 출신 홍콩 스타 왕쭈셴(왕조현, 59)이 인공지능(AI)을 통해 20대로 돌아왔다. 배우 본인은 여전히 카메라 앞에 서지 않지만, 전성기 얼굴은 광고와 게임 속에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23일 중국 매체 펑파이에 따르면, 왕조현은 최근 20~30대 시절 초상 자료를 중국 게임사 넷이즈의 온라인 게임 ‘천하(天下)’에 사용하도록 정식 허가했다. 넷이즈는 이를 바탕으로 순수 생성형 AI 광고 영상 ‘천영(倩影)’을 제작했다.

이 영상에는 실제 배우나 대역은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왕조현처럼 초상권을 제공한 이들의 외형을 AI로 재구성한 캐릭터가 나온다. 넷이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의 AI 기술과 바이트댄스 계열 화산엔진을 이용, 젊은 왕조현의 얼굴과 표정, 고전 의상을 구현했다.

영화 '천녀유혼'으로 중화권은 물론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누린 배우 왕조현 <사진=영화 '천녀유혼' 스틸>

영상에는 1987년 영화 ‘천녀유혼(倩女幽魂)’의 섭소천과 1993년 영화 ‘청사(靑巳)’의 백소정 등 왕조현의 전성기를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가 등장했다. AI로 빚어낸 왕조현은 1980년대 책받침 여신으로 통한 그의 미모를 고스란히 갖고 있다.

이번 계약은 일반 광고 모델 활동과 다르다. 왕조현은 직접 촬영하거나 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젊은 시절의 얼굴만 상업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허가 범위도 ‘천하’ 관련 콘텐츠로 제한돼 다른 광고나 게임에는 쓸 수 없다.

왕조현은 2004년 영화 ‘미려상해(美丽上海)’를 끝으로 사실상 은퇴했다. 이후 캐나다에서 생활했는데, 여러 차례 복귀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연예계 입문은 엄마의 뜻이었다고도 했다. AI는 이런 왕조현이 사생활을 유지하면서 대중 앞에 다시 등장하는 방법이 됐다. 팬들은 AI 덕에 좋아하는 스타의 젊은 시절과 재회했다.

왕조현과 계약, 그의 젊은 시절 얼굴을 따 캐릭터를 만든 넷이즈의 '천영' <사진=넷이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AI로 젊음을 되찾은 스타는 더 있다. 홍콩 배우 우치화(오계화, 62)도 지난 6월 전성기 시절 얼굴을 AI 영화에 제공했다. 오계화는 완성된 영상 일부를 직접 확인했으며, 상당한 액수의 사용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왕조현과 오계화의 사례는 배우의 얼굴이 나이나 활동 여부와 무관하게 계속 수익을 올리는 디지털 자산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줬다. 과거 작품의 재상영이나 광고에 머물렀던 스타의 초상권이 AI를 만나 영화와 게임 캐릭터, 가상 광고 모델로 확장됐다.

2000년 드라마 '의천도룡기'의 장무기 역으로 중드 팬들을 반하게 한 배우 오계화 <사진=홍콩 TVB>

스타들이 AI에 얼굴을 제공하는 데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온라인에서는 이미 유명 배우의 얼굴을 무단 도용한 AI 영상과 가짜 광고가 범람한다. 모든 콘텐츠를 찾아 삭제하거나 법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차라리 사용 기간과 분야를 정해 공식 계약을 맺으면 자신의 얼굴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다. 콘텐츠 제작사 역시 초상권 침해 위험 없이 AI 캐릭터를 활용할 수 있다.

왕조현과 오계화의 복귀에는 비교적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실존 배우를 밀어내기 위해 새로 만든 가상 인간이 아니라, 대중이 기억하는 스타의 전성기를 본인의 허가를 받아 되살렸기 때문이다. 다만 AI가 배우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 그리고 AI를 이용한 얼굴 도용을 걱정하는 의견도 계속됐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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