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8억 년 전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서 일어난 한 차례 대형 충돌이 달은 물론 지구와 화성의 역사를 바꿨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학자들은 당시 산산조각 난 소행성 파편이 1억 년 넘게 태양계 안쪽에 쏟아지면서 세 천체의 진화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SwRI) 윌리엄 보트케 박사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 ‘에울랄리아 모천체 붕괴가 초래한 8억 년 전 지구형 행성 충돌 소나기(An 800-million-year-old impact shower on the terrestrial planets from the breakup of the Eulalia parent body)’를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SwRI 행성과학자 케빈 월시 박사가 2013년 정의한 에울랄리아 소행성군이 태양계 행성 진화에 준 영향을 분석했다.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연구팀은 에울랄리아 소행성군의 모천체가 약 8억 년 전 산산조각 났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이 영향으로 지구·달·화성에 장기간 충돌이 야기됐다는 게 연구팀의 추측이다.

약 8억 년 전 소행성대에서 벌어진 에울라리아 소행성군 모체의 충돌로 인해 지구, 달, 화성 표면세 수많은 잔해가 쏟아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윌리엄 보트케 박사는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약 8억 년 전 소행성대를 돌던 지름 100㎞ 넘는 거대한 탄소질 소행성이 다른 소행성과 정면충돌해 박살이 났다. 이 천체는 에울랄리아 소행성족의 모천체로 추정된다”며 “모천체는 목성의 강한 중력이 소행성을 태양계 안쪽으로 밀어내는 3 대 1 평균운동 공명 영역 바로 옆에서 부서졌다. 파편의 약 절반은 충돌 직후 이 영역으로 들어가 지구와 달, 화성 궤도를 가로지르는 방향으로 빠르게 흩어졌다”고 설명했다.

시뮬레이션에서 나머지 파편들도 그대로 남아 있지 않았다. 작은 소행성은 태양빛을 받았다가 적외선으로 열을 방출하는 과정에서 극히 미세한 추진력을 얻는데(야르콥스키 효과), 연구팀은 이 때문에 남은 파편들도 수천만 년에 걸쳐 조금씩 공명 영역으로 이동했다고 봤다. 결론적으로 전체 파편의 약 75%가 소행성대를 빠져나온 것으로 계산했다.

윌리엄 보트케 박사는 “이 과정은 짧게 끝나지 않았다. 파편들은 약 1억~1억5000만 년 동안 태양계 안쪽으로 계속 공급되면서 달과 지구, 화성의 충돌 빈도를 크게 높였을 것”이라며 “지구는 달보다 훨씬 크고 중력도 강해 같은 시기 더 많은 파편을 끌어들인 것 같다. 달에 큰 파편 하나가 충돌하는 동안 지구에는 같은 규모 이상의 파편이 약 20개 떨어졌다”고 전했다.

달 표면의 분화구 중 하나인 린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박사는 “다만 이런 충돌의 흔적은 지구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며 “약 7억2000만~6억3500만 년 전 지구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인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 시기의 빙하 활동이 오래된 충돌구 대부분을 깎아 없앴지만, 대기와 물, 판 구조 운동이 없는 달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의 결론은 2020년 일본 오사카대학교 테라다 켄타로 교수의 연구를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당시 테라다 교수는 일본 달 탐사선 카구야가 촬영한 영상을 이용해 지름 20㎞ 이상 달 충돌구 59개의 생성 시기를 조사했고, 약 8억 년 전 대형 충돌이 집중됐다는 가설을 세웠다. 당시에는 이렇게 많은 소행성이 어디에서 왔는지 미스터리였다.

윌리엄 보트케 박사 연구팀은 소행성 충돌 소나기가 가설 단계지만, 추측이 맞는다면 지구 환경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8억 년 전은 지구 기후가 크게 흔들리고 해양 생물의 다양성이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다. 충돌로 발생한 먼지와 암석 파편이 대기와 바다의 환경을 바꿔 한랭화와 영양분 공급을 유도했을 수 있다. 화성에서도 비슷한 시기 거대한 화산 함몰 구조가 집중적으로 형성된 점에서, 대형 충돌이 화산 활동을 자극했을 가능성을 연구팀은 언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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