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평범한 회갈색인데 꼬리만 눈처럼 새하얀 동부회색다람쥐가 미국 중서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생물학자계는 이들이 새로운 종이 아니라 드문 유전적 형질을 물려받은 개체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미국 아이오와주와 일리노이주 지역 매체들은 최근 보도를 통해, 도심에서 꼬리만 흰 동부회색다람쥐가 잇달아 발견됐다고 전했다. 건강과 행동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으며, 한 장소에서 세 마리가 동시에 목격된 사례도 있다.

현재 이 다람쥐는 아이오와주 천연자원국(DNR) 등이 조사 중이다. DNR 야생동물학자 짐 코피 연구원은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꼬리가 흰 다람쥐가 부모 양쪽에서 물려받은 잠성 형질의 결과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털 색을 결정하는 유전적 변이가 몸 전체가 아닌 꼬리에서만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최근 몇 년간 미국 아이오와, 일리노이 일대에서 목격되는 꼬리만 하얀 동부회색다람쥐 <사진=윌카운티산림보호관리청 공식 페이스북>

일부 학자는 루시즘(백변증)과 비슷한 부분적 색소 결핍 가능성도 거론했다. 다만 해당 개체를 유전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아직 없어, 흰 꼬리의 정확한 원인을 루시즘이나 특정 유전자 변이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짐 코피 연구원은 “같은 지역에서 여러 마리가 발견되는 현상은 이 형질이 혈연집단 안에서 이어졌을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흰 꼬리 형질을 가진 개체끼리 번식하거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유전자를 가진 부모 사이에서 새끼가 태어나면 다시 흰 꼬리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다람쥐는 왜 하필 흰 꼬리를 택했을까. 자연 상태에서 눈에 띄는 흰색은 대개 불리하다. 나무껍질이나 낙엽 색과 섞여야 하는 다람쥐로서는 새하얀 꼬리가 포식자의 시선을 끄는 표적이 될 수 있다.

동부회색다람쥐의 꼬리털 색은 원래 체색과 같다. <사진=pixabay>

이에 대해 짐 코피 연구원은 “천적이 비교적 적고 먹이가 풍부한 도시에서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며 “도시는 생존과 번식에 미치는 영향이 숲보다 적다. 은신 능력을 포기하고 먹이를 주는 사람 눈에 더 잘 띄도록 흰 꼬리 형질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의 생각대로 다람쥐의 꼬리가 포식자를 상대하는 도구라는 연구는 많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학교 연구팀이 2012년 7월 낸 실험 보고서 ‘땅다람쥐의 꼬리 흔들기 신호가 바꾼 방울뱀의 공격 및 매복 장소(Ground squirrel tail-flag displays alter both predatory strike and ambush site selection behaviours of rattlesnakes)’가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야생 캘리포니아땅다람쥐와 북태평양방울뱀의 대치 상황을 여럿 관찰했다. 다람쥐가 꼬리를 좌우로 크게 흔들면 방울뱀은 거리가 멀수록 공격을 포기하는 경향을 보였다. 성체 다람쥐가 꼬리를 반복적으로 흔든 장소에서는 뱀이 기존 매복 지점을 떠날 가능성도 높아졌다.

다람쥐의 꼬리는 천적과 대치 등 다양한 상황에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연구팀은 땅다람쥐의 꼬리 흔들기가 뱀의 시선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는 미끼라기보다, “너를 발견했고 공격을 피할 준비가 됐다”는 경계 신호에 가깝다고 해석했다. 실제 꼬리를 흔든 다람쥐는 그렇지 않은 개체보다 뱀의 공격을 재빨리 피하려는 행동을 더 자주 보였다.

이 연구는 흰 꼬리 다람쥐를 직접 다룬 것은 아니지만, 꼬리가 포식자와 의사소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눈에 잘 띄는 흰 꼬리가 도시 환경에서 반드시 약점으로만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연구다.

원래 회색에서 흰색으로 변화한 꼬리가 동부회색다람쥐의 경계 신호를 더 강하게 만드는지, 포식자의 공격을 몸통에서 꼬리 쪽으로 돌리는지 아직 검증되지는 않았다. 도시의 낮은 포식 압력이 희귀한 털색 형질을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가장 현실적인 설명이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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