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운동을 해도 유난히 근육이 잘 붙는 사람이 있다. 이런 차이는 인종이나 민족에 따라서도 나타날까.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던져온 이 질문에 최근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연구가 새로운 단서를 보탰다.
집단별 평균 근육량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는 오래전부터 존재한다. 포르투갈 리스본공과대학교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등이 2010년 발표한 조사 보고서 ‘생애에 걸친 민족별 골격근 차이(Ethnicity-related skeletal muscle differences across the lifespan)’가 대표적이다. 성인 1748명을 분석한 연구팀은 키와 체중을 보정한 뒤에도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평균 골격근량이 가장 많고 백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순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아프리카계라고 운동만 하면 근육이 더 빨리 커지는 것은 아니었다.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연구팀은 2008년 낸 조사 보고서 ‘성별 또는 인종 차이가 근력운동의 근육·지방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가(Do Sex or Race Differences Influence Strength Training Effects on Muscle or Fat?)’에서 이런 사실을 언급했다.
연구팀은 평소 운동하지 않던 50~85세 성인 181명을 모아 약 10주간 한쪽 다리 근력운동을 시켰다. 백인과 아프리카계 미국인 모두 허벅지 근육 부피가 증가했지만 근육량에는 유의미한 인종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근력운동에 따른 근육 비대 반응에 인종이 영향을 준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는 상당히 흥미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필립 카니스 박사 연구팀은 네안데르탈인에서 유래한 특정 성장호르몬 수용체(GHR) 유전자형을 가진 현대인의 근육량이 평균적으로 더 많다는 조사 결과를 이달 5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냈다.
5개 바이오뱅크에 수록된 약 113만 명의 정보를 분석한 결과, 네안데르탈형 GHR을 가진 성인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팔과 다리, 몸통을 중심으로 제지방량이 약 270g 많았다. 배양세포 실험에서도 네안데르탈형 수용체를 가진 세포는 성장호르몬 자극에 약 40% 강한 성장 반응을 보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 유전자의 분포다. 보유 비율은 유럽계에서 약 0.5%였지만 동아시아계는 약 15%, 남아시아계는 약 20%에 달했다. 과거 대규모 조사에서는 아시아계의 평균 골격근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근육량 증가와 관련된 네안데르탈 유전자는 오히려 아시아에서 훨씬 흔했다. 이는 특정 유전자 하나만으로 어느 인종이 근육질인지 설명할 수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람의 근육량에는 수많은 유전자와 성별, 연령, 운동, 영양 등이 동시에 영향을 미친다. 이번 연구는 근육이 잘 붙는 인종의 존재에 주목하지 않고 근육량과 운동 반응에 개인별 유전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줬다. 수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남긴 유전자는 근육량에 대한 복잡한 퍼즐을 이루는 조각 중 하나로 평가됐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