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발굴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화석 중 최대급으로 꼽히는 스코티(Scotty)의 갈비뼈에서 골절이 아무는 과정에 생긴 것으로 보이는 혈관망이 포착됐다. 화석을 절단하지 않고 중성자로 내부를 들여다본 성과라 더욱 주목됐다.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는 이런 결과를 담은 조사 보고서를 이달 2일 공개했다. 캐나다 리자이나대학교가 참여한 이번 연구에 동원된 스코티는 약 6600만 년 전 살았던 지금까지 화석이 수집된 티라노사우루스 가운데 가장 거대한 개체다.

조사 대상은 생전에 부러졌다가 회복 중이던 갈비뼈다. 골절 부위에는 가지처럼 뻗은 구조물이 대규모로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이를 뼈가 아물 때 새로 만들어지는 혈관, 즉 혈관신생의 흔적이라고 봤다.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ORNL) VENUS 빔라인 앞에서 캐나다 리자이나대학교 박사과정 연구원 제릿 미첼이 최대급 티라노사우루스 스코티의 화석화된 갈비뼈를 들고 있다. 이 갈비뼈 내부에서는 골절 치유 과정에서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광물화 혈관망이 확인됐다. <사진=ORNL>

혈관 자체가 6600만 년 동안 그대로 남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된 선행연구에 따르면, 이 구조는 황철석이 산화돼 만들어진 침철석이나 적철석 같은 철 성분 광물이 혈관을 채우며 굳은 일종의 주형이다. 분석에서도 원래의 유기성 연조직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이 이 구조에 주목한 이유는 위치와 모양이다. 굵기 약 100~500㎛(마이크로미터)의 가느다란 구조부터 약 1㎜에 이르는 것들이 서로 연결돼 있었고, 골절로 새 뼈가 자라난 부분을 따라 복잡하게 뻗었다. 골절 부위에서 약 5㎝ 떨어진 정상적인 갈비뼈에서는 비슷한 구조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런 차이가 골절 치유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혈관신생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스코티 갈비뼈의 혈관성 구조는 이번에 처음 발견된 것은 아니다. 연구팀은 앞서 싱크로트론 방사광을 이용한 마이크로CT와 X선 형광분석 등을 통해 해당 구조의 형태와 화학 조성을 조사했다. 다만 X선을 이용한 기존 분석은 세부 구조를 살피는 데 유용한 반면, 크고 밀도 높은 화석 전체를 비파괴 방식으로 들여다보는 데 한계가 있었다.

골절을 입은 뒤 낫는 과정에서 형성된 광물화한 혈관망이 남은 스코티의 갈비뼈 확대도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연구팀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4월 ORNL의 고속중성자원(SNS)과 고플럭스동위원소원자로(HFIR)에 설치된 장비를 이용했다. 중성자는 전하가 없어 두꺼운 물질을 비교적 깊이 통과할 수 있으며 수소 같은 가벼운 원소에도 민감하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스코티 갈비뼈 내부를 훼손하지 않고 3차원으로 재구성했다.

리자이나대 마우리시오 바르비 교수는 “스코티의 갈비뼈에 광물화된 혈관으로 추정되는 방대한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며 “이 정도 규모의 구조가 화석에서 확인된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성자 분석이 기존 싱크로트론 분석 결과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화석 속 연조직 흔적을 조사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단순히 티라노사우루스의 상처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골절이 생긴 뒤 새로운 혈관이 만들어지고 뼈가 재생되는 과정이 화석 내부에 남아 있다는 점에서, 공룡이 부상에서 회복하는 생리적 과정을 연구할 드문 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우리시오 바르비 교수는 “중성자 이미징은 귀중한 화석을 자르거나 일부를 떼어내지 않고 내부를 살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박물관에 보관된 다른 공룡 화석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면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상처와 회복의 흔적이 추가로 발견될지 모른다”고 기대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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