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새끼를 며칠씩 품고 다니거나 사체 곁을 떠나지 않는 동물의 행동은 인간의 애도와 닮아 보인다. 침팬지와 코끼리, 고래, 개 등 사회성이 강한 동물에서 이런 사례가 반복적으로 관찰되면서 동물도 가족이나 동료의 죽음을 슬퍼하는지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리스 해먼드 박사 연구팀은 침팬지와 보노보 어미가 죽은 새끼를 운반하는 행동을 분석한 결과를 16일 국제 학술지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15개 지역에서 보고된 사례 83건을 종합했다. 어미가 죽은 새끼를 데리고 다닌 기간은 30분에서 최장 126일이었고, 평균 약 11일이었다. 특히 죽었을 때 나이가 많은 새끼일수록 오래 동반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연구팀은 새끼가 성장하면서 형성된 강한 모성 애착이 영향을 미쳤다고 추측했다.

죽은 가족이나 동료 곁을 떠나지 않는 개나 고양이 사진이 가끔 인터넷에 뜨기도 한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동물의 이런 행동은 자식을 잃은 어미가 슬픔 때문에 놓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를 곧바로 인간과 같은 애도의 증거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오랫동안 지속된 모성 행동이 새끼가 죽은 뒤에 곧바로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죽은 동료에 특별한 행동을 보이는 동물은 침팬지만이 아니다. 코끼리는 동료가 죽으면 사체에 접근해 냄새를 맡거나 어루만지는 행동을 보인다. 아프리카코끼리는 다른 대형 포유류의 뼈보다 같은 종의 두개골과 상아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개가 노상에서 죽은 동료의 곁을 떠나지 못하거나, 고양이가 함께 지내던 반려동물의 사후 이상행동을 보인다는 보고도 눈에 띈다.

고래류는 더욱 극적인 사례가 관찰됐다. 범고래나 돌고래 어미가 죽은 새끼를 수면 위로 밀어 올리거나 며칠 동안 사체와 함께 이동하는 행동이 여러 차례 보고됐다. 동물행동학자들이 1970~2016년 관찰 기록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20종의 고래류에서 죽은 동료 곁에 머물거나 사체와 접촉하는 행동이 확인됐다.

죽은 새끼를 안고 다니는 침팬지의 행동이 인간의 애도와 같은 감정의 표현인지 아직은 분명하지 않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문제는 이런 행동을 슬픔이라는 감정으로 규정할 수 있느냐다. 죽은 새끼를 들어 올리는 행동은 되살리려는 시도일 수도 있고 모성 행동의 연장일지 모른다. 사체를 조사하는 행동 역시 죽음을 이해해서인지, 단순히 평소와 다른 상태를 확인하는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동물이 죽음에 어떻게 반응하고 이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지 연구하는 분야를 비교사망학(comparative thanatology)이라고 한다. 비교사망학자들은 죽음을 이해하는 것과 죽음을 슬퍼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죽음의 불가역성을 이해한다고 반드시 인간처럼 애도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강한 정서적 반응을 보인다고 죽음이라는 개념을 이해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리스 해먼드 박사는 “동물에게 인간의 감정을 그대로 투영하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침팬지와 보노보처럼 인간과 가까운 동물에서 죽은 가족에 대한 강한 반응이 반복된다는 사실은 인간의 애도 행동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추적할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스푸트니크 블로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