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유튜브는 단순한 영상 플랫폼을 넘어 수많은 사람의 생계가 걸린 공간이 된 지 오래입니다. 수익화 기준과 추천 알고리즘, 광고 정책이 바뀌면 수년간 키운 채널도 하루아침에 흔들리고 맙니다. 최근 먹방 수익 제한 논란을 보면서, 유튜브가 어떤 콘텐츠를 위험하거나 가치가 낮다고 판단하는지, 그 기준이 AI·알고리즘·행동과학·플랫폼 경제와 어떻게 맞물리는지 기획 '유튜브 생존게임'을 통해 살펴봅니다.
①먹방은 왜 표적이 됐나
②AI 쇼츠도 수익 제한될까
③먹방, 보기만 해도 문제?
④위험 챌린지는 왜 살아남나
⑤짜깁기·AI 영상도 돈 될까
⑥유튜버는 플랫폼의 임차인?
먹방을 하는 사람도 아닌데 보는 것만으로 문제가 될까. 유튜브가 섭식장애를 조장하거나 미화하는 콘텐츠에 민감한 이유를 파고들면 자연히 이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화면 속 사람이 라면 10봉지를 먹는다고 시청자도 똑같이 하지 않지만, 음식 영상이 식욕이나 음식 선택, 신체 이미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2023년 국제학술지 Appetite에 소개된 체계적 문헌고찰은 음식 관련 소셜미디어 콘텐츠와 식습관 등을 조사한 기존 연구 38건을 분석했다. 패스트푸드 광고와 클린이팅, 먹는 영상 등에 노출되는 것과 신체 이미지에 대한 우려, 이상 섭식 행동, 영상에 등장한 음식을 실제 먹거나 먹고 싶어 하는 행동 사이에서 관련성이 관찰됐다.
여기서 먹방만 떼어놓으면 이야기가 단순하지 않다. 지난해 발표된 연구들을 종합한 스코핑 리뷰는 관련 연구 53건을 검토한 결과 먹방이 식욕과 음식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심리적 만족이나 디지털 동반자 역할 같은 긍정적 효과도 있다고 정리했다. 과도한 시청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보고됐지만 ‘먹방을 보면 건강에 해롭다’는 단순한 인과관계가 확립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한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도 눈에 띈다. 2022년 제18차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참여한 청소년 5만1850명의 자료를 분석했더니, 전체의 70.6%가 먹방이나 쿡방을 시청했고, 일주일에 5회 넘게 보는 청소년도 13.2%였다. 27.6%는 이런 영상이 자신의 식습관에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시청 빈도가 높은 청소년은 과일과 채소를 덜 먹는 반면 패스트푸드와 야식, 당류 음료와 카페인 음료를 자주 섭취할 가능성이 높았다. 부적절한 방법으로 체중 감량을 시도하거나 비만에 해당할 가능성 역시 높게 나타났다. 별도의 분석에서도 먹방·쿡방 시청 빈도와 신체 이미지 인식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됐다.
여기에는 중요한 단서가 있다. 이런 연구는 대부분 ‘많이 보는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한다’는 연관성을 보여줄 뿐 먹방이 직접 원인이라는 사실까지 입증하지는 못한다. 원래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청소년이 먹방도 자주 볼 가능성처럼 반대 방향의 설명도 가능하다.
실험 연구 결과도 한 방향으로 모이지 않는다. 2025년 호주 연구팀이 먹방 영상을 짧게 보여준 실험에서는 오히려 과식 욕구가 감소했고 신체 불만이나 불안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먹방 한두 편을 봤다고 즉각 폭식하게 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유튜브가 보는 것은 한 편의 영상만이 아니다. 특히 청소년에게 같은 종류의 콘텐츠가 반복 추천되는 상황은 별개의 문제다. 유튜브는 청소년 콘텐츠 가이드에서 ‘한 편만 보면 별문제가 없어 보이는 콘텐츠도 반복 시청할 경우 일부 청소년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에 따라 특정 신체 기준을 이상화하거나 체형을 비교하는 등의 콘텐츠는 청소년에게 반복 추천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섭식장애 정책도 같은 맥락이다. 유튜브는 섭식장애를 조장하거나 미화하는 영상, 관련 행동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콘텐츠 등을 제한하면서 특히 미성년자와 취약한 시청자에게 미칠 영향을 판단 기준으로 명시했다. 광고주 친화적 콘텐츠 기준 역시 아동 대상 콘텐츠에서 폭식이나 체중·체형을 바꾸는 방법 등을 민감하게 취급한다.
따라서 먹방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먹는 장면을 보여줘도 되느냐’에 국한되지 않는다. 누가 보고 있는지, 무엇을 보여주는지, 그리고 알고리즘이 같은 메시지를 얼마나 반복해서 보여주는지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먹방 한 편이 사람의 식습관을 망친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없다. 반대로 음식 영상의 반복적인 소비가 음식 선택이나 신체 이미지와 전혀 관계없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유튜브가 먹방을 하나의 음식 영상이 아니라 청소년 보호와 섭식장애 정책의 영역에서 바라보기 시작한 배경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모순이 생긴다. 위험할 수 있는 콘텐츠라면 유튜브는 왜 아예 추천하지 않는 대신 일부만 제한하는 것일까. 그 답은 다음 편에서 살펴볼 위험 챌린지의 생명력과 맞닿아 있다. ④편에서 계속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