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발견한 초기 우주 천체 리틀 레드 닷(LRD)을 둘러싼 논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 LRD 속 블랙홀의 질량이 빛의 산란 때문에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최근 제기된 가운데, 이번에는 초기 우주에서도 태양보다 100만 배 무거운 블랙홀이 탄생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독일 막스플랑크 천체물리학연구소 연구팀은 초기 우주의 원시은하단에서 초대질량별과 블랙홀이 탄생하고 급성장하는 과정을 재현한 연구 결과를 1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조사 보고서의 제목은 ‘시뮬레이션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과대질량 블랙홀과 LRD(Overmassive black holes and little red dots naturally form in simulations)’다.

LRD는 2022년 7월 데뷔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초기 우주에서 잇따라 발견한 작고 붉은 천체다. 상당수에서 블랙홀이 물질을 흡수할 때 나타나는 넓은 수소 방출선이 관측됐기 때문에 급성장하는 블랙홀일 것으로 여겨졌다.

일본 국립천문대(NAOJ)의 슈퍼컴퓨터 아테루이 III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한 블랙홀. 가스에 둘러싸인 블랙홀이 급성장하는 상황을 묘사했으며, 온도가 높은 영역일수록 붉게 표시했다. <사진=NAOJ>

문제는 계산된 블랙홀의 질량이다. 일부 LRD의 블랙홀은 자신이 속한 은하의 별 질량과 비교해 지나치게 무거웠다. 현재 우주에서 관측되는 은하와 블랙홀 사이의 질량 관계로는 설명하기 어려워, 우주 탄생 후 불과 수억 년 사이에 어떻게 이런 거대한 블랙홀이 만들어졌는지 해명할 수 없었다. 

이에 대한 최근 해석 중 하나는 블랙홀의 질량 자체가 과대평가됐다는 것이다. LRD인 MoM-BH*-1을 분석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연구팀은 블랙홀 주변의 조밀한 가스에서 빛이 반복 산란하면서 수소 방출선이 실제보다 넓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달 내놨다. 선폭을 가스의 운동 속도로 해석해 블랙홀 질량을 계산해온 기존 방식에 오차가 생길 가능성을 제기한 이 연구에 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막스플랑크 천체물리학연구소 연구팀은 다른 방향에서 문제에 접근했다. 일본 국립천문대(NAOJ)의 슈퍼컴퓨터 아테루이Ⅲ를 이용해 수억 광년에 걸친 초기 우주에서 개별 가스구름이 붕괴하는 과정까지 추적하는 우주론적 복사유체역학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특히 처음부터 블랙홀이 존재한다고 가정하지 않고 별과 블랙홀의 탄생 과정을 다시 계산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밀도가 높은 초기 우주의 원시은하단에서는 가까운 밝은 은하가 뿜어내는 강력한 자외선이 주변 가스구름의 일반적인 별 형성을 억제했다. 하지만 암흑물질이 만드는 깊은 중력 우물에는 막대한 가스가 계속 쌓였다.

가스가 마침내 붕괴하자 보통 별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별이 탄생했다. 시뮬레이션에서 형성된 초대질량별의 질량은 태양의 약 50만~90만 배였다. 기존의 대표적인 직접붕괴 모델이 예상한 약 10만 태양질량보다 훨씬 무거웠다.

이 초대질량별들은 약 200만 년 뒤 붕괴해 거대한 씨앗 블랙홀을 남겼다. 질량은 태양의 약 100만 배였다. 일반적인 별이 죽으면서 남기는 항성질량 블랙홀에서 출발해 몸집을 불린 것이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엄청나게 무거운 블랙홀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MIT 연구팀이 2026년 8월 선을 보인 일명 블랙홀 별의 상상도. 블랙홀에서 나온 에너지가 거대한 고밀도 수소층을 통과하면서 별의 표면에서 나오는 것과 비슷한 빛으로 바뀌는 구조를 표현했다. 블랙홀 별에 대해 MIT는 핵융합으로 빛나는 일반적인 별과 달리 블랙홀이 에너지원이고 주변 가스가 일종의 가짜 별 표면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MIT>

성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씨앗 블랙홀은 주변의 고밀도 가스 원반에서 물질을 대량으로 빨아들이며 한동안 에딩턴 한계를 넘어서는 속도로 성장했다. 그 결과 우주 탄생 약 6억 년 뒤에는 질량이 태양의 약 3000만 배에 이르는 과대질량 블랙홀로 커졌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결과가 나왔다. 급성장하는 블랙홀 주변에는 밀도가 높고 빛이 쉽게 빠져나오기 어려운 두꺼운 가스 구조가 형성됐다. 여기서 강한 전자 산란이 일어나면서 넓은 수소 Hα 방출선이 만들어졌고, 바깥으로 나오는 빛은 붉게 보였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관측한 LRD의 특징과 상당히 비슷했다.

즉 이번 시뮬레이션에서는 초대질량별→약 100만 태양질량의 씨앗 블랙홀→가스에 둘러싸인 LRD 단계→약 3000만 태양질량의 과대질량 블랙홀이라는 과정이 하나의 시나리오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일본 국립천문대가 2024년 12월부터 운용 중인 슈퍼컴퓨터 아테루이 IlI. 총 이론연산성능은 1.99페타플롭스이며, 블랙홀을 포함한 여러 천문 현상의 검증과 시뮬레이션에 사용된다. <사진=NAOJ>

연구팀은 무거운 씨앗 블랙홀의 탄생부터 LRD로 관측되는 짧은 급성장 단계를 하나의 우주론적 시뮬레이션으로 연결한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블랙홀들이 이후 은하의 성장과 함께 결합하고 몸집을 키우면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발견한 초기 퀘이사와 현재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과 연결될 가능성도 떠올렸다.

다만 이번 결과가 앞서 제기된 블랙홀 질량 과대평가설을 곧바로 뒤집는 것은 아니다. 고밀도 가스 속 전자 산란이 수소 방출선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은 이번 연구에서도 중요한 물리 과정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발견한 LRD 가운데 이번 시나리오로 설명되는 천체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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