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으면 땅에 묻거나 불에 태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시신을 독수리 같은 맹금류에 맡긴 이들이 있다. 새가 망자의 살을 다 먹고 나면 뼈를 거두는 조장(鳥葬)이다. 현대인에게 잔혹하게만 여겨지는 이 독특한 장례문화의 역사를 엿볼 약 2000년 전 유물이 최근 중앙아시아에서 발견돼 관심이 모였다.

우즈베키스탄 문화유산청은 지난 14일 남부 카슈카다리야주 카마시 지역 오디르몬 유적에서 고대 종교의식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제단과 유골함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사마르칸트 고고학연구소 연구팀이 올해 본격적으로 발굴한 오디르몬 유적은 기원전 3세기부터 기원후 3세기 사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발견된 제단은 높이 약 70㎝, 폭 90㎝로 바닥에 구운 벽돌을 깔고 점토로 마감했다.

우즈베키스탄 오디르몬 유적 북동부에서 발굴된 고대 제단. 높이 약 70㎝, 폭 약 90㎝로 바닥에는 구운 판형 벽돌이 깔려 있다. 제단에서는 불을 사용한 흔적과 여러 차례 보수한 흔적이 확인됐다. <사진=우즈베키스탄 문화유산청>

여기서는 불을 피운 흔적과 여러 차례 점토를 덧바른 자국도 확인됐다. 인근에서 사슴과 향나무 문양이 새겨진 유골함이 나왔는데, 연구팀은 복원 뒤 문양과 용도를 보다 자세히 분석할 계획이다.

문화유산청은 불을 사용한 제단과 유골함이 한 유적에서 나온 점에서 고대 중앙아시아에 퍼졌던 조로아스터교(배화교)의 종교·장례문화와 관련성을 떠올랐다. 실제로 여기서 조장이 행해졌다고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추측이 맞는다면 조로아스터교 장례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얻을지 모른다.

땅에도 불에도 시신을 맡기지 않은 사람들

우즈베키스탄 오디르몬 유적에서 발견된 유골함. 표면에는 사슴과 향나무를 연상시키는 문양이 새겨져 있다. 유골함은 복원 작업을 거쳐 문양의 의미 등이 추가 분석될 예정이다. /우즈베키스탄 문화유산청

조로아스터교의 독특한 장례문화는 죽음에 대한 그들만의 신념에서 비롯됐다. 조로아스터교는 불과 물, 땅을 신성하게 여겼는데 죽은 사람의 육체는 부패해 이들을 오염시킨다고 생각했다. 시신을 매장하면 땅을, 화장하면 불을 더럽힐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들이 짜낸 방법이 시신을 자연에 노출하는 것이었다. 조로아스터교 경전 벤디다드에는 망자의 시신을 높은 곳에 두어 시체를 먹는 새나 개가 접근하도록 두는 내용이 나온다. 살이 제거되고 뼈만 남으면 이를 유골단지 아스토단에 넣고 안치했다.

조로아스터교의 조장은 잔혹한 형벌처럼 보였지만 본질은 전혀 달랐다. 새가 시신을 뜯어먹게 하는 행위는 망자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신성한 땅과 불, 물을 지키기 위한 신성한 장례 절차였다.

늦어도 2500년 전 기록에 등장한 조장

조로아스터교도들은 시신이 부패하며 신성한 흙 등이 오염된다고 믿었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이 장례법이 정확히 언제 시작됐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약 2500년 전부터 외부인에게 알려질 만큼 정착해 있었다. 기원전 5세기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페르시아인의 풍습을 기록하면서 시신을 매장하기 전 새나 개에 노출하는 장례를 언급했다. 특히 고대 페르시아의 사제 집단 마기가 이러한 관습을 공개적으로 행했다고 썼다.

물론 고대 페르시아인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장례를 치렀다는 의미는 아니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여러 방법이 혼재했다. 그럼에도 헤로도토스의 기록은 조장이는 고대 페르시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중요한 문헌 증거다. 이후 이 풍습은 중앙아시아 곳곳으로 확산했다. 특히 고대 소그디아에서는 새와 개가 살을 제거하고 남긴 뼈를 화려하게 장식한 유골함에 넣는 장례문화가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시신을 새에 맡기는 행위는 모든 문화에서 신성한 장례는 아니었다. 어떤 사회에서는 오히려 죽은 사람에게 가할 수 있는 극단적인 모욕이기도 했다. 조로아스터교와는 정반대 의도로 망자를 욕보인 셈이다.

맹금류에 시신 내준 조장의 역사 <下>에서 계속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스푸트니크 블로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