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서 드물게 보는 스트레치 리무진은 일반 승용차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길다.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인 축거(휠베이스)가 5m에 이르는 차량도 있다. 도로의 요철을 지날 경우 차체 가운데가 휘거나 꺾일 것 같지만 실제 리무진은 이를 견디도록 구조적으로 보강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스트레치 리무진 상당수가 처음부터 긴 자동차로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완성된 승용차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전문 업체가 절단한 뒤 가운데 새로운 구조물을 넣어 길이를 늘린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2018년 뉴욕주에서 발생한 스트레치 리무진 사고를 조사한 보고서에는 이 과정이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사고 차량은 2001년형 포드 익스커션을 개조했는데, 제작업체는 기존 프레임을 절단한 뒤 144인치(약 3.66m)의 프레임 레일을 추가로 용접했다.
이런 식으로 차체를 늘리면 구조공학적 문제가 커진다. 자동차 차체와 프레임에는 정지 상태에서도 자체 무게와 승객의 하중이 걸린다. 길이가 늘어날수록 중앙부의 굽힘 하중을 견디기 어려워진다. 한쪽 바퀴가 과속방지턱이나 움푹 팬 곳을 지나면 차체를 비트는 힘도 발생한다.
자동차공학에서 굽힘 강성과 비틀림 강성이 중요한 이유다. 강성이 부족하면 차체가 변형되고 문이나 유리창이 제대로 맞물리지 않는 것은 물론 조종 안정성과 내구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스트레치 리무진 제작자들은 이 때문에 절단한 차체 사이에 철판 몇 장을 덧대는 식으로 작업하지 않는다. 프레임 레일을 연장해 횡방향 구조재와 연결하고 바닥과 측면, 지붕에도 보강 구조물을 추가한다. 차체 전체가 하나의 긴 구조물처럼 하중을 전달하게 만드는 것이다.
원리는 긴 상자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얇고 긴 판은 가운데를 누르면 쉽게 휘지만 같은 양의 재료라도 단면을 상자처럼 만들거나 보강재를 적절한 위치에 배치하면 훨씬 큰 굽힘 하중을 견딘다. 자동차 프레임 역시 강철의 양만 늘리는 것보다 종·횡방향 구조재의 형상과 위치를 조절해 필요한 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차량 연구에서도 이런 원리를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산둥화위공과대학과 베이징공과대학 연구팀은 올해 3월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메커니컬 엔지니어링(Frontiers in Mechanical Engineering)에 전기버스 차체 프레임의 구조 해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굽힘, 선회, 급제동, 극한 비틀림의 네 조건에서 유한요소해석(FEA)을 실시했다. 한쪽 바퀴가 들리는 심한 비틀림 조건에서 최대 응력은 134.11MPa였지만 사용된 Q345강의 항복강도 345MPa보다 크게 낮았다. 연구팀은 실제 프레임을 이용한 진동시험으로 컴퓨터 해석 결과도 검증했다.
반대로 2023년 중국 광시대학 연구에서는 수소연료전지 버스 프레임의 일부 조건에서 최대 응력이 재료의 항복강도를 넘어섰다. 길고 무거운 차체라고 해서 단순히 강철 구조물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안전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차체 길이를 늘리면서 증가하는 무게도 문제다. 구조재를 많이 넣으면 튼튼해지지만 차량 자체가 무거워져 서스펜션과 브레이크가 감당할 하중도 커진다. 실제 캐딜락 XTS를 기반으로 제작된 인증 스트레치 리무진은 차체를 70인치(약 1.78m) 늘리자 무게가 생각보다 훨씬 늘어났다.
차체만 늘려서도 안 된다. 후륜구동 자동차라면 엔진의 힘을 뒤 차축으로 보내는 드라이브샤프트를 연장하고 균형을 다시 맞춰야 한다. 배선과 브레이크 라인, 배기계통도 연장하며 늘어난 무게에 맞춰 브레이크와 서스펜션을 강화하기도 한다.
길쭉한 리무진이 모두 완성차를 잘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처럼 제조 단계부터 긴 축거를 전제로 개발되는 차량도 있다. 이런 차는 완성차를 사후 절단하는 스트레치 리무진과 달리 차체 전체의 굽힘·비틀림 강성과 충돌 시 하중 전달구조를 처음부터 긴 차체에 맞춰 설계한다.
스트레치 리무진이 긴 차체를 네 바퀴로 지탱하는 비결은 단순히 두꺼운 철을 덧댔기 때문이 아니다. 길이가 늘면서 커지는 굽힘과 비틀림 하중을 치밀하게 계산하고 프레임 레일과 크로스 멤버, 바닥, 측면, 지붕을 하나의 구조물로 연결해 힘을 분산시킨 결과다. 리무진의 화려한 실내 아래에는 ‘차를 길게 늘이면서 얼마나 덜 휘게 할 것인가’ 고민한 구조공학이 숨어 있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