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금류에 시신 내준 조장의 역사 <上>에서 계속

시신을 맹금류 등 짐승에 맡기는 장례는 고대 페르시아를 넘어 중앙아시아에서도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흔적이 지금의 우즈베키스탄을 중심으로 번성했던 고대 소그디아에서 발견돼 왔다.

대표적인 것이 사마르칸트 서쪽 물라 쿠르간에서 출토된 7세기 유골함이다. 당시 소그드인들은 망자의 시신을 외부에 노출해 새나 개가 살을 뜯어먹으면 남은 뼈를 수습해 유골함에 넣었다. 스미스소니언이 공개한 물라 쿠르간 유골함에는 당시 사람들의 종교관을 보여주는 그림까지 남아 있다. 소그디아 유적 각지에서 이렇게 장식된 유골함이 나온 것은 시신을 노출하고 뼈를 수습하는 장례가 일시적인 풍습이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독수리나 매, 까마귀 등 새만 시신을 처리한 것은 아니다. 중국의 옛 기록에는 7세기 사마르칸트 지역에서 장례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개를 길렀고, 사람이 죽으면 시신을 가져와 개가 먹게 한 뒤 남은 뼈를 수습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새가 먹고 남긴 뼈를 거둔 시설

조로아스터교의 조장 시설 다크마는 서양인들이 침묵의 탑이라 불렀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조로아스터교의 조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보다 체계적인 형태로 발전했다. 대표적인 것이 다크마라는 시설이다. 높은 곳에 설치한 원형 시설에 망자의 시신을 두면 독수리 같은 새들이 살을 제거했다. 남은 뼈는 햇빛에 노출한 뒤 별도의 공간에 모았다.

이 시설은 서구에서 흔히 침묵의 탑으로 알려졌다. 이란을 비롯한 조로아스터교 문화권에서 오랫동안 사용됐으며, 인도로 이주한 조로아스터교도인 파르시 공동체에도 전통이 이어졌다.

조장은 육체 자체를 망자와 동일시하지 않았다. 조로아스터교는 영혼이 떠난 육체는 결국 자연으로 돌아갈 대상일 뿐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새가 시신을 먹는 것은 망자의 존엄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육신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으로 이해됐다.

신성한 장례인가, 망자 모독인가

싸우는 헥토르(왼쪽)와 아킬레스. 아킬레스는 트로이 군의 사기를 꺾고 헥토르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리기 위해 시신을 훼손한다. <사진=영화 '트로이' 스틸·워너브러더스>

여기서 조장의 흥미로운 역설이 드러난다. 시신을 새와 짐승에 내주는 행동은 다른 고대 문화에서는 정반대의 의미를 가졌기 때문이다. 고대 근동과 그리스 문화에서 죽은 사람에게 제대로 된 장례를 치러주는 것은 중요한 의무였다. 반대로 적의 시신을 매장하지 않고 새나 들짐승의 먹이가 되도록 방치하는 것은 망자에게 가하는 심각한 모욕으로 여겨졌다.

고대 그리스 문학에서도 이런 인식은 선명하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는 헥토르를 죽인 뒤 시신을 훼손하고 제대로 된 장례를 치르지 못하게 했다.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 역시 전사한 폴리네이케스의 매장을 금지해 그의 시신을 새와 개의 먹이로 만들려는 명령에서 비극이 시작된다.

따라서 같은 ‘새가 인간의 시신을 먹는다’는 장면은 한쪽에서는 신성한 장례였지만 다른 쪽에서는 망자에게 가하는 극단적인 모욕이었던 셈이다.

아직도 이어지는 조장 풍습

시신을 높은 곳으로 옮긴 뒤 맹금류가 먹게 하는 티베트의 천장. 윤회관과 척박한 환경을 고려한 장례문화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시신을 새에 맡기는 장례는 고대 페르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끝나지 않았다. 대표적인 것이 티베트의 천장(天葬)이다. 망자의 시신을 높은 장소로 옮긴 뒤 해체해 독수리가 먹도록 한다. 티베트 불교의 윤회관과 척박한 고산환경 등이 결합해 형성된 장례문화로 이해된다.

조로아스터교의 조장과 티베트 천장이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전통이라는 증거는 없다. 종교적 의미와 의례도 다르다. 다만 망자의 육체를 매장하거나 화장하는 대신 새를 통해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는 점에서는 흥미로운 공통점을 가진다.

몽골 일부 지역에서도 비슷한 시신 노출 방식이 전해졌고, 인도의 파르시 공동체는 근현대까지 침묵의 탑을 이용한 장례를 유지했다. 다만 현대에 들어 전통적인 조장은 문제에 직면했다. 인도에서 독수리가 급감하면서 시신이 예전처럼 빠르게 처리되지 않았다. 일부 파르시 공동체는 태양열을 이용해 시신의 분해를 돕는 시설을 도입하거나 매장·화장을 선택하는 등 전통과 현대적 장례법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끝>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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