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사람에게 불과 0.05초간 특정 소리를 들려주면 뇌척수액 흐름이 강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척수액은 뇌의 기능 유지에 매우 중요한 물질인 관계로 이번 성과에 많은 관심이 모였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로라 루이스 교수 연구팀은 수면 중 나타나는 느린 뇌파인 서파(slow wave)에 맞춰 짧은 핑크노이즈를 들려주자 뇌척수액 파동의 크기가 증가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뇌척수액은 뇌와 척수를 둘러싸는 투명한 액체로, 뇌세포 활동 과정에서 생기는 대사 부산물 제거에 관여한다.
수면과 뇌의 청소 기능 관계는 이전부터 연구돼 왔다. 2013년 미국 로체스터대학교 연구팀은 생쥐가 잠들었을 때 뇌세포 사이 공간이 넓어지고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가 빨라진다고 보고했다.
2019년에는 로라 루이스 교수 등은 사람의 깊은 수면 중 서파와 뇌혈류 변화, 뇌척수액 파동이 긴밀하게 맞물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에는 비렘수면 중 노르아드레날린의 주기적 변화가 뇌혈관을 수축·이완하고, 이 움직임이 펌프처럼 뇌척수액을 움직인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나왔다.
이번 연구는 이 흐름을 외부 자극으로 키울 수 있는지 사람에게 직접 시험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건강한 성인 14명이 잠든 동안 뇌파를 측정하고, 서파가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순간 50밀리초, 즉 0.05초짜리 핑크노이즈를 들려줬다.
핑크노이즈는 화이트노이즈보다 저음이 두드러지는 소리다. 빗소리나 멀리서 들리는 폭포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실험 결과, 서파의 정점에 맞춰 소리를 들려줬을 때 서파와 뇌척수액 파동이 함께 커졌다. 반대로 자극 시점이 맞지 않으면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 실험에서 서파와 함께 뇌혈관이 수축·이완하고 이에 맞춰 뇌척수액 파동이 커지는 현상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향후 이 방식이 수면의 회복 효과나 기억력 개선에 도움이 되는지,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에도 활용할 수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로라 루이스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실제 노폐물이 더 많이 제거됐거나 기억력과 인지기능의 개선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수면 중 뇌척수액 기능에 관한 연구에서 덜 주목을 받은 핑크노이즈의 가능성을 확인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