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연구팀 분석과 뒤이은 물리학계의 반론
고흐 최고의 작품 ‘별이 빛나는 밤’에 숨은 과학<上>에서 계속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서 과학자들이 주목한 것은 별의 위치만이 아니다.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소용돌이 역시 오랫동안 물리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다. 고흐 특유의 거친 붓질이 실제 자연에서 나타나는 유체의 움직임과 놀랍도록 닮았기 때문이다.
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 호세 루이스 아라곤 박사 연구팀은 ‘별이 빛나는 밤’의 밝기 변화를 수학적으로 분석해 그림 속 소용돌이가 난류의 통계적 특성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성과를 담은 조사 보고서는 2006년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돼 주목을 받았다.
난류는 공기나 물처럼 흐르는 물질이 불규칙하게 뒤섞이며 크고 작은 소용돌이를 만드는 현상이다. 소련 수학자 안드레이 콜모고로프는 1940년대 큰 소용돌이의 에너지가 작은 소용돌이로 전달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이론을 정립했다. 연구팀은 고흐가 그린 밤하늘의 밝기 변화에서 이 이론과 닮은 수학적 규칙을 찾아냈다.
흥미로운 점은 고흐가 이러한 물리학 이론이 등장하기 반세기 전에 그림을 완성했다는 사실이다. 연구팀은 고흐가 난류의 수학적 원리를 알고 있었다는 뜻이 아니라, 자연의 복잡한 움직임을 직관적으로 표현한 결과가 실제 물리 현상과 유사한 특징을 보였다고 해석했다.
이후 과학자들의 관심은 지구의 대기를 넘어 우주로 향했다. 2019년 제임스 비티와 네코 크리엘 박사는 ‘별이 빛나는 밤’의 밝기 분포를 분석해 별이 탄생하는 우주 공간의 가스 구름에서 나타나는 난류와 비교했다. 연구팀은 그림 속 명암의 통계적 특성이 초음속 난류의 특징과 유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2024년 중국 샤먼대학교 마잉샹 박사 연구팀은 한층 정밀한 분석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그림 속 소용돌이 14개의 크기와 간격, 밝기 변화에 집중했다. 소용돌이의 공간적 분포가 콜모고로프의 난류 이론과 일치하는 특징을 보이며, 명암의 변화에서는 유체역학자 조지 배첼러가 제시한 법칙과 유사한 양상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고흐가 자연의 움직임을 포착하는 뛰어난 관찰력을 지녔다고 추측했다. 특히 소용돌이의 크기뿐 아니라 서로 떨어진 거리와 밝기의 차이까지 실제 난류에서 나타나는 규칙과 닮은 점을 강조했다. 이 연구는 그림의 아름다움을 물리학의 언어로 설명하려는 시도로 관심을 모았다.
학자들이 모두 같은 결론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2025년에는 그림에서 난류와 비슷한 수학적 특성이 발견됐다는 사실만으로 고흐가 실제 난류를 정확하게 관찰하고 표현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그림의 밝기와 형태에서 특정한 통계적 규칙이 나타나는 것과 실제 유체의 움직임을 재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학자들의 여러 주장은 ‘별이 빛나는 밤’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과학적 견해를 보여준다. 천문학자들은 별과 달의 위치를 통해 고흐가 바라본 하늘을 추적했고, 물리학자들은 붓질의 크기와 밝기에서 자연의 법칙을 찾으려 했다. 같은 그림을 놓고 서로 다른 분야의 학자들이 수십 년간 새로운 질문을 던져온 것이다. <끝>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