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가 포효하는 소리를 듣고 싶다면 물가를 찾으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아프리카 짐바브웨 부바이 밸리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사자 500마리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 실험은 사자의 포효가 일어난 위치와 기후 조건 등을 분석, 사자의 습성을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우선 연구팀은 사자가 우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 특수제작한 목걸이를 사자 목에 부착했다. 녹음기는 무겁고 충전의 번거로움이 있어, 사자가 울 때 머리와 목의 움직임을 감지해 위성항법시스템(GPS)으로 위치를 전달하는 장치를 개발했다.

9만여 건의 사자 포효 분석을 통해 연구팀은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아냈다. 옥스퍼드대학교 야생동물조사팀 매튜 위어스 박사는 "사자들은 주로 물가에서 포효했다"며 "이는 물이 사자에게 가장 주요한 자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이전에도 사자들이 주로 물가에서 새끼를 낳는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실제 데이터로도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포효하는 사자 <사진=pixabay>

연구팀에 따르면 사자의 포효는 초저녁에 자주 발생하고 밤새도록 지속되며 새벽 직전 절정에 이르렀다. 더욱 의미있는 것은 자신의 구역 바깥에서는 잘 울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이런 회피 행동은 다른 사자들과 충돌을 피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사자는 기온이 낮고 습도가 높으며, 바람이 많지 않을 때 포효하는 것을 좋아했다. 공기가 차갑고 습하면 소리가 더 멀리 퍼져나간다. 또 강풍이 불면 소음이 발생, 우는 소리가 더 작게 들린다.

사실 이번 연구는 사자의 보호를 위해 마련됐다. 아프리카 사자는 서식지 파괴와 인간의 사냥 등으로 지난 세기 동안 개체 수가 대폭 줄었다. 사자의 습성과 분포를 확인하는 것은 향후 사자를 보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를 통해 사자가 잘 우는 장소를 파악한만큼, 추후 연구에서 음향장치를 나무에 설치할 예정이다. 이 방법을 쓰면 사자를 덜 방해하면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아프리카 사자와 환경연구 트러스트'의 책임자 노먼 몽크스는 "이 연구에 언급된 조건은 확실히 포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많은 과학자들이 의심했던 것을 과학적으로 확인한 사례로, 사자의 보호에도 유익한 연구"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국제 저널 동물행동(Animal Behavior) 최신판에 게재됐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