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카메라로 초근접 촬영한 벌새의 눈에서 사람의 인조 속눈썹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깃털 구조가 선명하게 포착됐다. 학자들은 이 구조의 기능을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콜롬비아 출신 야생동물 사진가 니콜라스 레우센스(51)는 최근 멕시코시티의 벌새 보호시설(Hummingbird Sanctuary)을 찾아 담아낸 벌새 눈 주변의 초근접 사진들을 공개했다. 대중은 물론 동물학자들의 관심을 끈 것은 컴퓨터 그래픽(CG)처럼 화려하고 정교한 눈 사진이다.
일부 사진 속 벌새의 눈꺼풀 가장자리를 따라 아주 작은 깃털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섰다. 니콜라스 레우센스는 사진을 본 순간 작은 깃털들이 완벽하게 정렬된 데 상당히 놀랐다고 전했다. 벌새 보호시설을 운영하는 카티아 라투프 씨도 역시 이런 형태의 속눈썹을 자세히 본 것은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미국 코넬대학교 조류학연구소에 따르면, 사진 속 구조는 사람의 속눈썹과 비슷해 보이지만 정체는 전혀 다르다. 사람의 속눈썹은 털이 변형된 것이지만, 새의 속눈썹은 깃털이 변형된 구조다.
연구소 관계자는 "새의 속눈썹은 지금까지 비교적 연구가 적었던 영역"이라며 "박물관에 보관된 조류 표본 수백 점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205개과 가운데 28개과에서 최소 한 종 이상이 속눈썹 형태의 깃털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깃털은 비행하거나 지상을 달리고 땅을 파는 과정에서 먼지나 작은 입자가 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보호장치 역할을 하는 듯하다"며 "다만 벌새의 경우 사진처럼 깃털 끝이 부채꼴로 갈라져 다발 형태를 이루는 이유는 아직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번 촬영에는 고배율 매크로렌즈가 동원됐다. 벌새의 눈꺼풀 부위는 약 3~3.5배, 머리 전체는 약 1~1.5배 수준으로 확대해 촬영했기 때문에 육안으로 보기 힘든 세부 구조까지 담겼다.
빠른 날갯짓과 공중 정지비행으로 유명한 벌새는 멕시코에 50종 이상 서식한다. 이중 여러 종이 멕시코 고유종으로 판명됐다. 니콜라스 레우센스가 잡아낸 이번 사진은 새로운 해부학적 구조를 처음 밝힌 것은 아니지만, 벌새 특유의 다발형 속눈썹이 어떤 기능적 이점을 갖는지 연구가 필요함을 일깨웠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