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꾀가 많다고 알려진 동물 여우. 야생 여우가 포획한 두더지를 햇볕에 말려 먹을 가능성이 최근 한 방범 카메라 영상 분석 과정에서 떠올랐다.
일본 국립과학박물관 동물연구부 가와다 신이치로 선임연구원은 2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내 주목을 받았다. 이번 연구는 일본 돗토리현 요나고시의 한 주택 방범 카메라 영상이 시작점이다.
해당 영상은 야생 여우 한 마리가 작은 동물을 입에 문 채 가정집 마당으로 들어오는 상황을 담았다. 여우는 인조잔디 위에 물고 있던 동물을 내려놓았는데, 다름 아닌 두더지였다. 여우는 이내 어디론가 사라졌다.
가와다 신이치로 연구원은 이 상황이 단순한 먹이 저장 행동처럼 보이지만, 두더지를 햇볕에 말려 먹으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두더지는 독특하고 강한 체취 때문에 포식자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먹이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연구원은 "영상 속의 두더지는 아직 살아있었는데 여우는 곧바로 먹지 않았다. 한동안 주변에 머문 뒤 그대로 사라졌다"며 "집주인에 따르면 이 여우는 최근 이 집 주변에 7차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두더지는 여우의 먹이가 될 수 있지만, 이번 행동은 조금 이상했다. 여우가 애써 잡은 먹이를 굳이 햇볕이 드는 곳에 내려놓은 점이 특이하다. 그동안 두더지 사체가 비교적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을 바탕으로, 여우가 두더지를 햇볕에 두고 말려 냄새를 줄이거나 맛을 개선한 뒤 먹으려 했다고 연구원은 추측했다.
가와다 연구원은 "사람이 생선을 말려 감칠맛을 높이듯 지방이 적고 기호성이 떨어지는 두더지 고기를 햇볕에 말리는 일종의 ‘조리’를 한 것일지 모른다"며 "다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가설이라 추가 관찰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야생 여우가 먹이를 바로 먹지 않고 저장하는 행동 자체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다. 붉은여우는 먹이가 남으면 땅에 묻거나 다른 장소에 숨겼다가 다시 찾아 먹는 먹이 저장 행동을 한다. 1976년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동물행동학 연구팀은 야생 및 사육하는 붉은여우를 관찰해 여우가 저장한 먹이를 다시 찾아 먹는 것을 확인했다.
먹이의 맛과 선호도가 저장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2001년 국제 학술지 와일드 리서치에 실린 연구에서는 붉은여우가 선호도가 높은 먹이는 상대적으로 덜 저장하고, 선호도가 낮은 먹이는 더 자주 저장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여우의 먹이 저장 행동은 단순히 굶주림 때문만은 아니다. 남는 먹이를 훗날 이용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으며, 먹이의 종류와 기호성, 주변 환경에 따라 저장 방식에도 변화를 준다. 2015년 연구에서도 붉은여우가 늑대나 코요테와 비교해 비교적 일정한 순서의 먹이 저장 행동을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야생 여우가 두더지를 현관 앞에 둔 행동 역시 먹이 저장의 한 형태였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햇볕에 일부러 말려 맛을 개선하려 했다는 천일건조설은 아직 행동 관찰이나 실험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돗토리현 당국은 최근 요나고시 주택가에서 여우 출몰이 잇따르는 만큼 지나치게 접근하거나 먹이를 주지 말 것을 당부했다.
김한별 기자 khstar@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