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일본 동북부를 덮친 거대한 쓰나미는 서로 다른 곳에 살던 두 물고기의 운명까지 바꿨다. 바다와 강에 각각 살던 두 종이 쓰나미에 휩쓸려 같은 연못에서 만나면서 대규모 교잡이 시작됐다. 이듬해에는 잡종이 전체의 38%에 달했다.

그런데 불과 10세대가 지나자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두 종이 뒤섞인 집단에서 바다를 오가는 일본큰가시고기의 유전자가 대부분 사라지고, 유전체 구성이 다시 담수성 큰가시고기 쪽으로 돌아간 것이다.

일본 국립유전학연구소와 홋카이도대학교 등 공동 연구팀은 당시 이와테현 오쓰치초에서 만난 큰가시고기와 일본큰가시고기 집단을 9년간 추적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현지에서 이토요(イトヨ)라 부르는 큰가시고기는 담수어이고, 니혼이토요(ニホンイトヨ)라 칭하는 일본큰가시고기는 강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자란 뒤 산란기에 돌아오는 회유어다.

a. 동일본대지진과 뒤이은 쓰나미가 덮친 일본 이와테현 오쓰치초의 위치와 서식지 변화. 위 왼쪽은 지진 진앙과 오쓰치초의 위치, 위 오른쪽은 쓰나미 침수지역(빨간선)과 새로 형성된 큰가시고기류 서식지(주황색)를 보여준다. 가운데는 쓰나미 전인 2005년 4월(왼쪽)과 이후인 2012년 4월(오른쪽)의 위성사진이다. b. 쓰나미와 지반 침하로 새롭게 형성된 용천수 서식지(왼쪽)와 이곳에 나타난 큰가시고기류 잡종 집단(오른쪽). 연구팀은 쓰나미가 바다의 일본큰가시고기를 육지로 운반하고, 되돌아가는 물이 상류의 큰가시고기를 내려보내면서 두 종이 이곳에서 만나 교잡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진=호소키 타쿠야>

두 물고기가 만나게 된 것은 순전히 대지진 때문이다. 2011년 3월 11일 높이 10m가 넘는 쓰나미가 오쓰치초를 덮쳤고 지반까지 내려앉으면서 마을 중심부에 용천수가 고인 새로운 담수 연못이 만들어졌다.

연구팀은 쓰나미가 밀려올 때 바다의 일본큰가시고기가 육지로 운반되고, 물이 빠질 때는 상류의 큰가시고기가 마을 중심부로 휩쓸려 내려온 것으로 보고 있다. 평소라면 생활권이 달라 좀처럼 만날 일이 없는 두 종이 같은 연못에 갇히고 말았다.

두 종은 가까운 친척이지만 이미 별개의 종으로 분화했다. 실제로 대지진 직전인 2010년 이 지역 조사에서는 두 종의 잡종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쓰나미 발생 이듬해 조사에서는 채집된 물고기의 38%가 잡종으로 확인됐다.

a. 2012~2020년 새로 형성된 서식지에서 큰가시고기류의 유전적 구성이 변한 과정. 파란색은 큰가시고기 유래 유전자, 빨간색은 일본큰가시고기 유래 유전자를 나타낸다. 초기에는 두 종의 유전자가 상당히 뒤섞여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큰가시고기 유래 유전자가 빠르게 감소했다. b. 2012~2020년 잡종 집단의 유전적 변화를 연도별로 분석한 결과. 가로축은 일본큰가시고기에서 유래한 유전자의 평균 비율, 세로축은 두 종 유전자를 함께 가진 정도를 나타낸다. 아래 모식도는 쓰나미 직후 두 종이 섞인 집단에서 출발해 약 10세대에 걸쳐 일본큰가시고기 유래 유전자가 대부분 사라지고 큰가시고기 중심의 집단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사진=호소키 타쿠야>

뜻밖의 자연 실험장이 만들어진 연구팀은 2012년부터 2020년까지 9년 동안 이곳의 물고기를 채집해 게놈 변화를 추적했다. 자연에서 교잡이 시작된 시점을 알고 그 직후부터 여러 세대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초기에는 두 종 사이에서 태어난 잡종이 많았고, 이 잡종이 다시 큰가시고기와 교배한 흔적도 확인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큰가시고기에서 물려받은 유전자가 계속 줄어들기 시작했다. 일부 유전자에서만 나타난 현상도 아니었다.

이 지역 큰가시고기류는 약 1년이면 한 세대가 바뀐다. 약 10세대가 지난 2020년 무렵에는 일본큰가시고기에서 유래한 게놈 대부분이 사라져 집단의 유전체 구성이 거의 담수성 큰가시고기 쪽으로 돌아와 있었다.

큰가시고기와 일본큰가시고기 잡종의 상상도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이는 잡종 물고기 자체가 큰가시고기로 변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잡종과 그 후손이 번식하는 과정에서 일본큰가시고기에서 물려받은 유전자가 세대를 거듭할수록 집단에서 제거된 결과다.

연구팀이 놀란 것은 변화의 속도였다. 쓰나미 직후 물고기 10마리 중 약 4마리가 잡종일 만큼 유전자가 뒤섞였는데도 불과 10세대 만에 한쪽 종의 유전적 흔적 대부분이 밀려났다.

그렇다면 왜 일본큰가시고기의 유전자만 빠르게 사라졌을까. 단순히 바다에 적응한 물고기가 담수에서 살아남기 어려웠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연구팀은 두 종의 생태와 게놈을 분석하면서 서로 다른 종의 유전자가 뒤섞이는 것을 막는 여러 장벽을 찾아냈다.

쓰나미가 뒤섞은 두 물고기 이야기<下>에서 계속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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