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가 한 연못에 몰아넣은 큰가시고기와 일본큰가시고기는 대규모로 교잡했지만 10세대 뒤 유전체 구성은 거의 담수성 큰가시고기 쪽으로 돌아왔다. 일본 연구팀은 이처럼 빠른 변화의 원인을 두 종 사이에 존재하는 생식적 격리(reproductive isolation)에서 찾았다.
생식적 격리는 서로 다른 집단의 유전자가 자유롭게 섞이는 것을 막는 여러 생물학적 장벽을 말한다. 서로 교배할 기회가 적거나 잡종의 생존·번식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실제로 두 물고기는 생활 방식부터 달랐다. 연구팀의 야외 실험에서 해양성 일본큰가시고기는 담수에서 생존율이 낮고 바다 쪽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잡종은 두 종의 중간 정도 특성을 보였다.
번식에서도 장벽이 확인됐다. 두 종은 짝을 고르는 방식이 달랐으며 잡종 수컷은 자손을 남기기 어려운 것으로 앞선 연구에서 밝혀졌다. 일본큰가시고기의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달되기 불리한 조건이 여러 겹 존재한 셈이다.
게놈에서도 이런 흔적은 뚜렷했다. 담수 적응과 이동 행동, 짝 선택, 잡종 수컷의 생식능력 등 생식적 격리에 관여하는 주요 영역에서 일본큰가시고기 유전자가 특히 빠르게 감소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답은 간단해 보인다. 담수에서 생존하고 번식하기 불리한 일본큰가시고기의 유전자가 자연선택에 의해 빠르게 제거됐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팀이 시뮬레이션을 돌리자 그것만으로는 실제 변화를 설명할 수 없었다.
몇몇 강력한 생식적 격리 요인만 적용해서는 불과 10세대 만에 일본큰가시고기의 유전자가 게놈 전체에서 광범위하게 사라진 결과를 재현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여기서 수많은 약한 유전적 부적합에 주목했다.
홋카이도대 호소키 타쿠야 교수는 “각 종에서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유전자라도 잡종의 몸에서 다른 종의 유전자와 조합되면 생존이나 번식에 조금씩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각각의 영향은 미미해도 이런 부적합이 게놈 곳곳에 존재하면 세대가 반복될수록 효과가 쌓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게놈 전반에 여러 약한 유전적 부적합이 존재한다고 가정했을 때 관찰된 변화를 더 잘 재현할 수 있었다. 소수의 강력한 생식적 격리와 수많은 약한 유전적 부적합이 함께 작용한 것이 이번 이슈의 원인이라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호소키 타쿠야 교수는 “결국 쓰나미는 두 종의 서식지를 가르던 물리적 경계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고 대규모 교잡까지 일으켰지만, 오랜 진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유전적 경계까지 없애지는 못했다”며 “우리가 이번 사례를 ‘종의 경계가 유지되는 과정’을 자연에서 포착한 사례로 평가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적으로 더 중요해질 수 있다.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으로 서식 환경이 달라지면서 과거에는 만나지 않았던 가까운 종들이 접촉하고 교잡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앞으로 게놈 곳곳에서 다른 종의 유전자가 제거되는 구체적인 원리를 규명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를 담은 조사 보고서 ‘쓰나미로 인한 교잡 이후 일어난 빠른 게놈 전체의 제거(Rapid genome-wide purging following tsunami-induced hybridization in a stickleback population)’는 지난 25일 네이처 생태와 진화에 소개됐다. <끝>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