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점도 없어 평온해 보이는 태양 표면에 뒤엉킨 자기장이 숨어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이런 구조가 태양 대기를 뜨겁게 만드는 에너지 전달 과정과 관련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일본 국립천문대(NAOJ)는 국제 태양 관측 프로젝트 선라이즈(Sunrise)-III의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태양의 정온 영역 상공에서 실처럼 뻗은 복잡한 자기장 구조를 발견했다고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국제 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 특집호에 실렸다.
태양의 표면은 크게 자기장이 강한 흑점 등 활동 영역과 상대적으로 자기장이 약한 정온 영역으로 나뉜다. 태양 표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온 영역은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실제 광구에는 수많은 작은 자기장 구조가 존재한다. 그 위쪽 대기인 채층에도 자기장이 이어진다.
문제는 정온 영역의 자기장이 약한 데다 지상 망원경으로 관측할 경우 지구 대기의 흔들림까지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특히 광구보다 높은 채층의 자기장 구조를 정밀하게 측정하기가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름 1m 망원경을 거대한 기구에 실어 성층권으로 띄운 것이 선라이즈-III 프로젝트다. 2009년과 2013년에 이어 2024년 7월 번째로 선라이즈 관측이 이뤄졌는데, 당시 약 35㎞ 고도에서 대략 6.5일간 태양을 관찰했다.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NAOJ가 개발을 주도한 근적외선 편광분광장치 SCIP다. 이 장비는 태양 광구에서 채층까지 자기장의 변화를 연속 추적할 수 있다. 그 덕에 태양 정온 영역의 이른바 자기 캐노피(magnetic canopy) 안에서 지금껏 알지 못했던 구조가 파악됐다. 자기 캐노피는 태양 표면에 집중된 자기장이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우산처럼 퍼져 형성되는 구조다.
NAOJ 쿠보 마사히토 연구원은 “기존에는 자기장이 고도가 높아지면서 비교적 단순하게 퍼지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실제는 달랐다”며 “캐노피 안에는 가느다란 실처럼 길게 늘어진 자기장 구조가 다수 존재했고, 일부는 주변과 자기장의 극성이 반대였다”고 전했다.
이어 “수치 시뮬레이션으로 이 기묘한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조사했더니, 태양 표면의 움직임이 자기력선을 비틀면서 가느다란 구조를 만들어냈다”며 “평온해 보이는 정온 영역의 상공에서도 자기장이 복잡하게 꼬이고 얽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서로 다른 방향의 자기장이 인접한 곳에서는 자기력선이 끊어졌다 다시 연결되는 자기 재결합이 일어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기 에너지 일부가 열에너지로 바뀔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천문학계의 오랜 숙제인 코로나 가열(태양 코로나의 온도가 표면보다 높은 현상)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선라이즈-III의 성과는 더 있다. NAOJ는 태양 가장자리에서 표면으로부터 위쪽으로 솟구치는 가느다란 제트 구조 스피큘의 자기장도 측정했다. 이를 통해 스피큘의 자기장 분포가 고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태양 채층을 구성하는 플라즈마 제트인 스피큘은 태양 하층 대기의 에너지를 상층 코로나 방향으로 전달하는 통로로 생각돼 왔다.
김한별 기자 khstar@s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