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나 영국에 가면 가장 먼저 당황하는 것이 자동차가 달리는 방향이다. 한국은 도로 오른쪽으로 달리고 운전석은 자동차 왼쪽에 있지만, 일본과 영국은 정확히 반대다. 과연 둘 중 어느 방식이 과학적으로 더 안전할까.

뜻밖에도 이 문제를 신경생리학과 교통사고 통계로 따져본 연구들이 제법 있다. 일부 연구는 일본과 영국처럼 도로 왼쪽으로 달리고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방식이 안전에 유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어느 한쪽의 우월성이 확정됐다고 말할 단계는 아니다.

독일 쾰른대학병원 필립 루이스 박사 연구팀이 2020년 낸 조사 보고서 ‘도로 통행방향과 신경생리학이 교통안전에 미치는 영향: 하나의 가설(Side effects of the rule of the road and neurophysiology on traffic safety: A hypothesis)’은 인간의 손잡이와 눈의 움직임, 뇌의 좌우 공간정보 처리 등을 토대로 좌측통행과 우측통행을 비교했다. 연구팀은 일본·영국식인 좌측통행과 우핸들의 조합이 한국·미국식 우측통행과 좌핸들보다 이론적으로 안전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우리나라와 미국 등 국가의 차량은 운전석이 왼쪽에 있고 차량은 우측통행을 한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이유 중 하나는 손이다. 세계 인구의 대다수가 오른손잡이다. 수동변속기를 비롯해 운전 중 한 손으로 다른 장치를 조작해야 할 경우 일본식 우핸들 차량에서는 오른손을 운전대에 남기고 왼손을 움직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런 구조가 특히 경험이 적은 운전자에게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뇌가 공간을 인식하는 방식도 변수다. 사람은 좌우의 시각정보를 똑같이 처리하지 않으며 나이가 들수록 왼쪽 공간의 자극을 놓치는 경향이 있다. 필립 루이스 박사 연구팀은 이런 신경생리학적 특성과 도로에서 위험요소가 나타나는 방향을 고려하면 좌측통행이 일부 운전자에게 유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대로 오른쪽 눈이 우세한 사람이 많다는 점 등은 우측통행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모든 신경생리학적 요소가 한쪽만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교통사고 통계를 이용한 연구도 주목을 받았다. 프라샨트 포다르와 비자야 싱 박사 연구팀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자료를 바탕으로 아프리카 54개국 교통사고를 분석했다. 영국 식민지 경험 등을 이용해 국가별 차이를 통계적으로 보정한 결과 좌측통행 국가의 도로 교통 사망률이 우측통행 국가보다 낮다는 조사 결과를 2021년 발표했다.

일본과 영국 등 일부 국가의 차량 핸들은 오른쪽에 자리하고, 차량은 좌측통행을 한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연구팀은 좌측통행 방식 자체의 기능적 이점과 함께 도로의 통행방향과 맞지 않는 운전석을 가진 자동차가 섞여 다니는 문제 등을 사고의 원인으로 꼽았다. 다만 아프리카 국가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인 만큼 이를 근거로 일본식 운전이 세계 어디에서나 더 안전하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과학적으로 훨씬 분명하게 드러난 위험은 통행방향과 운전석 위치가 서로 맞지 않는 경우다. 대표적인 자연실험이 1967년 스웨덴에서 진행됐다. 스웨덴은 당시 도로에서는 왼쪽으로 달렸지만 자동차 대부분은 운전석이 왼쪽에 있었다. 주변 유럽 국가와 맺은 자동차 교역 등의 영향이었다. 때문에 추월이나 차선 변경 때 운전자의 시야에 큰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었다. 스웨덴은 1967년 9월 3일 이른바 다겐 H(Dagen H)를 실시해 전국의 차량 통행방향을 오른쪽으로 한꺼번에 바꿨다.

독일 학자 펠릭스 뢰젤은 이 이슈를 자연실험으로 이용해 사고 통계를 분석했다. 우측통행으로 전환했을 때 차량을 좌핸들로 일치시키자 교통사고와 부상, 사망 위험이 약 30%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펠릭스 뢰젤은 스웨덴이 1953년 우측통행으로 전환했더라면 1966년까지 4000명 이상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계산했다.

우리나라 운전자가 일본에 가면 우핸들 차량이 낯설 수밖에 없다. 어떤 방식이 더 안전한지는 과학적으로 아직 불확실하다.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과학적으로 볼 때, 한국식과 일본식 가운데 어느 쪽이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좌측통행과 우측통행 국가 사이에는 도로시설과 차량 상태, 교통법규, 운전문화, 경제 수준 등 사고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너무 많다. 신경생리학까지 고려하면서 양쪽 체계를 직접 비교한 자료는 아직 부족하다.

현재 연구들을 종합하면 일본·영국식 좌측통행+우핸들이 인간의 손잡이와 공간인지 특성상 일부 장점을 가질 가능성은 있다. 실제 국가별 통계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한국·미국식 우측통행+좌핸들이 본질적으로 더 위험하다고 판정할 정도의 증거는 아직 없다.

관련된 연구들이 비교적 일관되게 보여주는 교훈은 따로 있다. 좌핸들이냐 우핸들이냐보다 자동차의 운전석과 그 나라의 통행방향이 제대로 짝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에서 좌핸들이 자연스럽고 일본에서 우핸들이 자연스러운 데에는 단순한 관습 이상의 안전상 이유가 있다는 의미다.

박지연 기자 yeon@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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