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자연적인 방법으로 과거나 미래를 맞히는 점. 인류가 지구상에 뿌리를 내린 이래, 오랫동안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점은 오컬트 마니아들의 일상적 이야깃거리이자 과학자들이 비밀을 풀기 위해 노력해온 분야다.

점이란 종류도 많고 유형도 다양하다. 조상신 등 귀신에게 물어 점괘를 알려주는 방법도 있고, 주역 등 일종의 통계를 갖고 사람의 앞날을 점치기도 한다. 별의 움직임, 모양새를 따지는 점성술의 역사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오래됐다. 연인들에게 인기 만점인 타로카드처럼 일정한 패로 운세를 내다보는 점도 있다.

연인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타로카드점 <사진=pixabay>

이 수많은 점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점쟁이가 아무 정보 없이 점을 보려는 사람의 과거사를 언급하거나, 미래에 닥칠 길흉화복을 맞히는 것. 때문에 결혼, 입시, 취직 등 인생의 중대사를 앞둔 사람들이 지금도 용하다는 점집을 찾아 헤맨다.

■바넘 효과(포러 효과)
과연 점쟁이는 초자연적 방법으로 사람의 앞날을 내다볼까. 그 영험함을 믿는 사람들은 차치하고, 심리학 측면에서 점을 들여다보면 아래와 같은 해석이 가능하다. 

가장 유명한 것이 바넘 효과(Barnum effect)다. 어떤 특징적인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심리현상이다. 점집을 찾아온 사람들은 대개 점쟁이가 하는 말이 자기 일인 것만 같다. “조상님 덕을 많이 본다” 등 애초에 듣고 싶은 말을 머릿속에 넣어왔기 때문이다. 점쟁이가 무슨 말을 하건 자기 일인 것만 같고, 남들에게 정말 용한 집이라고 소개하기에 이른다. 

이 심리현상은 실존인물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에서 따왔다. 영화 '위대한 쇼맨'으로 유명한 쇼비즈니스의 일인자 바넘은 1800년대 미국에서 서커스단을 이끈 사업가였다. 휴 잭맨이 출연한 영화는 공연예술에 일생을 건 불굴의 인물로서 바넘을 그렸지만, 실상의 그는 희대의 사기꾼 소리를 들었다. 쇼를 위해 흑인이나 장애인을 이용했고 단원의 나이를 속였다. 경력을 조작하고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꾸며낸 인물로 악명이 자자하다.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의 이야기를 그린 '위대한 쇼맨' <사진=영화 '위대한 쇼맨' 공식포스터>

그런 바넘이 의도치 않게 심리학 발전에 공헌한 것이 바로 바넘 효과다. 정확히는 그의 언변에 속아넘어가는 사람들을 관찰한 미국 심리학자 버트럼 포러의 공이 크다. 그래서 바넘 효과를 포러 효과(Forer Effect)라고도 한다.

포러는 점을 본 사람들이 하나같이 “이거 내 이야기인데”라고 감탄하는 것이 매우 의심스러웠다. 점괘의 미스터리를 과학으로 풀 수 있다고 여긴 그는 학생들을 동원해 실험에 나섰다.

연구에 참가한 학생들은 각각 성격 검사 결과를 개별적으로 받았다. 그리고 본인들이 그 결과에 얼마나 동의하는지 점수를 매겼다. 학생들의 점수는 5점 만점에 무려 4.26점이었다. 같은 실험을 수차례 반복해도 점수는 4.2점대로 유지됐다. 사실 포러가 학생들에게 나눠준 성격 결과 내용은 모두 같은 것이었다.

결과를 분석한 포러는 본인 성격을 규정한 몇 가지 문장이 100% 자신과 들어맞지 않더라도, 애매한 부분은 본인 것이라고 여기는 심리 현상을 발견했다. 전술한 바넘 효과와 마찬가지로, 포러 효과는 사실 지금도 우리 일상 속에서 숱하게 반복되고 있다. 

■점성술을 보는 과학의 시선

밤하늘의 별자리를 보고 길흉화복을 점치는 점성술의 역사는 바빌로니아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진=pixabay>

점성술은 황도12궁을 이용한 오래된 점괘다. 하늘을 12궁도로 나눈 것은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인데, 이들은 하늘의 별자리에 황소자리나 처녀자리 등 이름을 붙이고 점성술의 토대를 만들었다. 이를 널리 퍼드린 것이 그리스 신화다. 점성술에는 여러 변형이 있지만 모두 천체가 사람의 성격과 운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근거를 두고 있다.

역사가 아주 오래된 점성술은 첨단과학이 발달한 요즘도 믿는 사람이 적잖다. 2019년 통계를 보면 미국인의 25%가 점성술을 믿는다. 과연 과학이 보는 점성술의 효력은 진짜일까.

학자들은 점성술도 바넘 효과의 범주에서 설명 가능하다고 본다. 프랑스 학자 미셸 고클랭은 파리 사람들을 대상으로 별점 실험을 진행했다. 점괘에 대한 개인적 생각을 알려준다면 공짜로 별점을 봐주겠다며 사람들을 모았다.

고클랭의 실험은 포어와 마찬가지로 피실험자들은 모르는 트릭이 동원됐다. 점성술에 근거했다며 참가자 각각에 보낸 별자리 점괘는 사실 죄다 똑같았다. 그런데도 피실험자 94%가 “매우 정확하다”고 감탄을 연발했다. 

더욱이 고클랭이 샘플로 내세운 별자리는 희대의 살인마로 유명한 프랑스의 ‘닥터 사탄’ 마르셀 프티오의 것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레지스탕스를 가장한 프티오는 유태인 27명을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희생자를 토막 내 소각했다고 진술한 그는 법정에서 “기억은 희미하지만 63명은 죽였을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1946년 3월 단두대에서 처형된 그에게 희생된 사람은 15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실험 결과를 받아든 고클랭은 피실험자들이 각각의 점괘가 반드시 자신들의 것이라고 여기는 심리에 주목했다. 고클랭의 발견은 앞선 바넘 효과(포어 효과)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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