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얼어붙은 어두운 바다 속에서 새로운 생명체가 발견됐다.

영국남극조사단 생물지리학자 휴 그리피스 박사 등은 15일 공식 SNS를 통해 남극 필히너 빙붕에 시추공을 뚫고 진행된 최근 탐사 결과를 정식 발표했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해저 바위에서 줄기가 달린 해면 1개와 줄기가 없는 해면 15개, 해초강과 하이드로이드, 만각류(Barnacle, 따깨비), 자포동물, 다모류 등 22개의 미확인 유기체를 발견했다.

일부 유기체는 이미 인근에서도 존재가 확인됐지만 이번에는 춥고 어두운 극단적 환경에서 고정 생물이 발견된 첫 사례로 의의가 있다. 그리피스 박사는 "남극 해양 생물이 특별한 환경에 적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운의 발견"이라고 말했다. 

빙붕에 뚫은 시추공 <사진=영국 남극 조사단 공식 트위터>

남극 빙붕 아래를 조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에 시추공을 뚫은 필히너 빙붕은 두께가 200m에 달하고 해저까지의 깊이는 1233m나 됐다.

연구팀은 얼음 밑 바다 속에 물고기나 해파리, 갑각류 같은 작은 이동 생물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리피스 박사는 "스펀지와 같은 여과 섭식자(Filter feeder)를 광합성과는 거리가 먼 이곳에서 발견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새로운 종들이 어떻게 이곳에서 살아남았는지 분석했다. 대부분의 생명체는 태양에 생존을 의존한다. 식물과 조류 같은 유기체는 광합성을 통해 생존하고, 다른 유기체는 식물이나 식물을 먹는 유기체를 잡아먹는다.

남극 해저에서 발견된 미확인 유기체 <사진=영국 남극 조사단 공식 트위터>

햇빛이 아예 닿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는 생물체가 다른 전략을 사용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빙하 아래에 사는 유기체는 수소를 화학적으로 합성한다. 메탄에 의존하는 화학 합성 생태계도 바다에서 발견됐다.

이번에 발견된 바위는 가장 가까운 광합성 지역에서 625~1500㎞나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번 생명체들도 어떤 형태의 화학 합성에 의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피스 박사는 "이를 알아내는 유일한 방법은 유기체와 그 환경에 대해 훨씬 더 자세히 연구하는 것"이라며 "그 전에 실험실로부터 멀리 떨어진 그들의 환경에 쉽게 접근할 방법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고 언급했다.

이 연구는 프런티어즈 인 마린 사이언스(Frontiers in Marine Science)에 게재됐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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