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퍼시비어런스가 착륙한 화성 예제로 분화구(Jezero Crater)에 새로운 이름이 붙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6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퍼시비어런스의 착륙 지점에 '옥타비아 E. 버틀러 착륙점(Octavia E. Butler Landing)'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발표했다. 옥타비아 버틀러(1947~2006)는 미국의 대표적인 SF 소설가다.

NASA 측은 "버틀러는 행성과학 분야 종사자와 그외의 다른 과학, 기술, 공학, 수학 등 분야에 영감을 주고 영향을 미쳤다"며 "강한 결단력과 창의력을 갖춘 버틀러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퍼시비어런스의 임무와 도전의 주제와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어 "그의 작품이 나온 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현재와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은 버틀러의 비전과 천재성이 시대를 초월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퍼시비어런스 착륙지 '옥타비아 E. 버틀러 랜딩'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SF소설의 대표적인 상인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모두 수상한 몇 안 되는 작가 중 하나인 버틀러는 여성이며 흑인이라는 사실로 주목받았다.

구두닦이 아버지와 가정부 어머니를 둔 어려운 환경과 어린 시절 난독증을 이겨내고, 백인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SF 분야에서 문학적 성취와 상업적 성공을 모두 거둔 독보적인 작가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SF를 넘어 아프리카-미국의 역사와 판타지, 과학 등을 융합한 '아프로퓨처리즘'의 대표로 꼽히며, 인종과 젠더 문제까지 잘 녹여낸 걸작들로 평가받는다.

대표작으로는 국내에도 출판된 '블러드차일드(1995년)'를 비롯해 '페턴마스터(1976년)', '킨(1979년)', '제노제네시스 3부작(1987~1989년)', '씨뿌리는 자의 우화(1994년)' 등이 꼽힌다.

버틀러는 자신을 'SF작가'로 한정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SF의 '그랜드 데임(Grand Dame, 데임은 남성의 Sir에 해당함)'으로 추앙받은 위대한 작가였다.

특히 버틀러는 화성과 남다른 인연도 있다. 12세 때 TV에 나온 '화성의 악마 소녀'라는 SF물을 보면서 처음으로 글쓰기에 나섰다. 훗날 MIT에서 연설 도중 "이 영화를 보면서 일종의 계시를 받았다"고 밝힐 정도였다.

버틀러 명명을 알린 NASA의 트위터 <사진=NASA 공식 트위터>

화성에는 버틀러 말고도 유명인의 이름이 붙은 장소가 더 있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과 NASA의 과학자 제럴드 소펜, 토마스 머치가 대표적이다. 2012년 화성탐사선 큐리오시티가 착륙한 지점은 또 다른 SF소설가 레이 브래드버리(1920~2012)의 이름이 붙었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대표작 '화성 연대기(1950년)'를 비롯해 유독 화성과 관련된 작품을 많이 내놓은 SF 거장이다.

NASA는 "우리는 SF소설을 현실로 바꾸는 엔지니어와 과학자, 탐험가 등에게 영감을 준 SF작가들의 역할에 큰 감사 메시지를 보낸다"며 이번 이름 선정의 의의를 강조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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