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가정용 유리잔에 대용량 데이터를 심고 290℃ 고온에서 1만 년 이상 안전하게 저장하는 기술이 탄생했다. 고화질 사진이나 영상 등 대용량 정보를 개인도 다루는 시대인 만큼 이 기술은 많은 관심을 모았다.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Microsoft Research) 연구팀은 이달 18일 자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진보한 정보 저장 기술 프로젝트 실리카(Project Silica)를 소개했다.
프로젝트 실리카는 1000조 분의 1초라는 찰나의 순간 빛을 조사하는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 유리 내부에 정보를 심는 기술이다. 이를 수년 전 개발한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술 고도화를 거쳐 유리컵 같은 흔한 용품에도 정보를 담는 시대를 열었다.
연구팀이 프로젝트 실리카를 시작한 동기는 기존 저장매체의 짧은 수명이다. 자기 테이프나 HDD는 수명이 수년에서 수십 년으로 제한된다.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새로운 매체로 옮기는 이전 작업(마이그레이션)이 필요하다 보니 시간과 에너지, 비용 면에서 부담이 있었다.
유리 내부에 나노 스케일 데이터 기록층을 새기는 프로젝트 실리카를 만들어낸 연구팀은 최신 실험에서 붕규산 유리까지 매체를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보다 많은 유리를 쓸 수 있게 되면서 일반 매체 대비 훨씬 높은 용량과 수명은 그대로 유지했다.
제작 관계자는 “지금까지 프로젝트 실리카는 고품질 석영 유리를 썼다. 이 재료는 높은 광투과성과 내열성이 특징”이라며 “다만 석영 유리는 제조가 어렵고 입수처도 제한적이며, 제작비가 매우 비싼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리컵이나 오븐 문에 흔히 쓰는 붕규산 유리에도 데이터를 심은 것이 이번 연구의 주요 성과”라며 “붕규산 유리는 얻기 쉽고 저렴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실리카의 실용성을 크게 끌어올렸다”고 자평했다.
연구팀은 위상 복셀(phase voxels)이라는 새로운 데이터 기록 방식을 적용했다. 기존에는 펨토초 레이저 조사 시 여러 개의 펄스가 필요했으나, 이제 하나의 레이저 펄스만 쓰면 돼 비용이 줄었다. 기록한 데이터를 읽기 위한 장치 역시 간소화했다.
게다가 열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멀티빔 시스템도 개발해 레이저를 병렬로 조사할 수 있게 됐다. 당연히 정보를 쓰고 읽는 속도나 처리량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빔 4개를 사용한 병렬 쓰기에서 초당 65.9Mbit의 속도가 확인됐다.
제작 관계자는 “최신 프로젝트 실리카는 120㎜ 정사각형에 두께 2㎜인 합성 석영 유리판 1장당 4.8TB, 붕규산 유리의 경우 2.02TB의 실용적인 용량을 달성했다”며 “기록 밀도는 합성 석영이 1.59Gbit/㎣에 달하며, 300층 이상 다층 기록도 실현했다. 자기 테이프나 HDD의 수명이 수십 년이고 정기적인 마이그레이션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천지차이의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