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물꼬물 귀엽게 생긴 불가사리 유충이 생존을 위해 형제까지 잡아 먹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윌리엄&메리칼리지 생물학자 존 앨런 교수 등 연구팀은 최신판 생태학 저널을 통해 포베시 불가사리(Asterias forbesi)의 유아기 성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일명 '포브스의 불가사리(Forbes' sea star)'로 알려진 이 종은 미국 동부 해안에서 흔히 발견되며 성체는 길이가 11.9~24㎝에 달한다. 물 속을 떠다니는 작은 우주선처럼 생긴 불가사리 유충의 크기는 1.5㎜에 불과하며, 변태를 거쳐 성체로 성장한다.

포브스의 불가사리 유충 <사진=조 앨런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Asterias forbesi larva' 캡처>

연구팀은 원래 이 불가사리 유충이 다른 포식자들에게 노출됐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연구 중이었다. 다만 실험실에 유충들을 풀어놓자마자 실험을 포기해야 했다. 유충들이 서로를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해저에 가라앉은 불가사리 유충이 훨씬 작은 다른 종의 유충을 먹는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서로를 먹는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연구팀은 불가사리 유충이 변태 4일 만에 서로를 잡아먹으며, 조금 더 큰 유충이 작은 것을 먹는 게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불가사리 유충은 분문위(cardiac stomach, 불가사리류의 위장의 총칭)라는 장기를 이용해 먹이를 삼키고 분해한다.

변태를 막 마친 포브스의 불가사리 유충 <사진=윌리엄&메리 칼리지>

앨런 교수는 "암컷 불가사리는 1년에 500만~1000만개의 알을 낳기 때문에 이런 형제를 잡아먹는 습성은 불가사리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이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브스 불가사리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됐지만, 사실 동족간의 포식(cannibalism)은 동물계에서 특이한 현상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인간을 포함해 1300여종이 동족 포식 습성을 가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불가사리의 경우처럼 어린 동물들 사이에 이런 일이 훨씬 더 빈발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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