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상에서 이어지는 범고래의 선박 습격은 방어 수단을 새끼들에게 열려주는 부모의 교육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에서는 단순한 놀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칠레 산티아고대학교 생물학자 알프레도 로페스 페르난데스 교수는 24일 SNS를 통해 유럽 해상에서 일어나는 범고래 습격이 사람으로부터 새끼를 지키기 위한 부모들의 현장 학습이라고 설명했다.

범고래가 사람이 탄 요트 같은 작은 선박을 공격한 보고는 2020년 처음 들어왔다. 이후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지브롤터 해협에서만 수십 건의 범고래 습격 사고가 벌어졌다. 해양학자들은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현장 탐사를 벌여왔다.

최근 범고래 무리가 사람이 탄 선박을 공격하는 일이 잦다. <사진=pixabay>

일련의 사고를 유형별로 분석한 로페스 교수는 범고래들이 선박 충돌에 의한 부상이나 불법 어획에 의한 죽음을 막기 위해 새끼들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학습 능력이 뛰어난 돌고래가 무리를 지어 다니며 동료의 행동을 배우고 따라 한다는 사실은 이전 연구들을 통해 이미 잘 알려졌다.

교수는 "범고래들이 요트를 습격하는 정확한 이유는 아직 수수께끼"라면서도 "잦은 선박 충돌이나 불법 어획망 등으로 동료들이 죽는 것을 목격한 범고래들이 방어를 위해 집단행동에 나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방어 행동으로 시작된 부모의 교육이 어느 시점에서 공격으로 변질됐을 가능성도 고려할 만하다"며 "부모를 따라 보트를 피하는 법을 배우던 새끼들이 이윽고 먼저 보트를 공격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범고래 부모는 새끼를 데리고 다니며 여러 가지를 생존법을 가르친다. <사진=pixabay>

특히 로페스 교수는 "원래 범고래는 사회적인 동물로 동료들의 행동을 배우고 따라 한다"며 "이 때문에 범고래들의 행동은 대부분 비슷한데, 배를 습격하는 상황에서도 이런 습성은 잘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파악된 범고래의 선박 공격 방법은 대략 이렇다. 일단 목표물은 크기가 작은 요트다. 3~4마리가 무리를 지어 다니다 2마리가 선미에 붙어 방향타를 파손시킨다. 배가 정지할 때까지 다른 2마리가 측면에서 몸통 박치기를 계속한다. 배가 완전히 멈추면 범고래들은 보통 사라지는데, 이 과정에서 선박이 침몰하기도 한다.

범고래의 습격이 방어에서 시작된 공격이 아닌 단순한 유희, 즉 게임이라고 보는 학자도 있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범고래 전문가 데보라 질 교수는 19일 해외 과학 매체 라이브 사이언스에 "범고래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호기심이 많고 놀기 좋아하는 동물"이라며 "최근 이어지는 선박 습격은 범고래의 방어 훈련이라기보다는 놀이일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얼음 위로 도망친 물범을 포위하고 일부러 파도를 일으켜 얼음을 깨며 즐기는 범고래들 <사진=BBC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Incredible Orca Hunt | Frozen Planet II | BBC Earth' 캡처>

범고래가 사람처럼 재미를 안다는 사실은 여러 관찰 영상으로 잘 알려졌다. 무리를 지어 사냥에 나선 범고래들이 전의를 상실한 먹잇감을 즉시 죽이지 않고 빙글빙글 돌거나 얼음을 깨면서 공포감을 조성하는 BBC의 과거 다큐멘터리는 적잖은 충격을 줬다. 

학자들이 범고래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은 이 영리하고 포악한 동물이 아직 많은 수수께끼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연구팀은 지난 2월 범고래 어미가 동족의 진화를 위해 아들을 편애한다는 논문을 내 주목받았다. 웨일워치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WWWA)는 2022년 범고래가 좋은 먹잇감인 부상당한 혹등고래를 사냥하기는커녕 오히려 도와주고 유유히 사라지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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