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고래상어를 쫓아 떼 지어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들의 목적이 안전이 아닌 히치하이킹이라는 흥미로운 주장이 나왔다.

호주 머독대학교 해양생물학 연구팀은 5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작은 물고기 무리가 몸집이 큰 고래상어를 일종의 택시처럼 이용해 이동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학계는 고래상어를 졸졸 따라다니는 작은 물고기들의 목적이 안전이라고 생각했다. 고래상어는 물고기 중 가장 덩치가 크면서도 온순해 작은 고기들이 포식자를 피할 목적으로 이용한다고 여겨졌다. 대신 작은 물고기들은 고래상어 몸의 기생충을 먹어치우는 사실도 확인됐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물고기 고래상어는 작은 물고기떼와 윈윈 관계로 생각돼 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이 새 가설을 내놓은 결정적인 이유는 서호주에서 찍힌 관찰 영상이다. 고래상어와 함께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 떼를 촬영한 연구팀은 이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의외의 상황을 포착했다.

조사 관계자는 "영상에는 고래상어와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가 자신보다 더 큰 물고기들에게 잡아먹히는 순간이 담겼다"며 "작은 물고기들이 안전하지도 않은데 왜 고래상어와 동행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영상은 서호주 북서 연안에 위치한 닝갈루 리프에서 촬영됐다. 소문난 청정 해역으로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닝갈루 리프에서는 몸길이 20m가 넘는 고래상어가 작은 물고기 떼와 헤엄치는 장면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고래상어와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들을 갑자기 습격하는 골든트레블리 무리 <사진=머독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에 따르면, 영상 속의 고래상어는 젊은 개체로 셀 수 없이 많은 작은 물고기와 함께 이동했다. 다만 영상 중간에 대략 200마리의 골든트레블리(전갱이의 일종)가 고래상어에 몰려들었다. 골든트레블리는 성체가 120㎝에 이르는 육식 어종으로 작은 물고기를 먹고산다.

조사 관계자는 "골든트레블리들은 고래상어와 함께 헤엄치던 작은 물고기를 순식간에 잡아먹었다"며 "이 영상만 보면 작은 물고기들이 고래상어 옆에 있다고 해서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작은 물고기들이 험한 바다에서 살아남으려면 나름의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 <사진=pixabay>

고래상어의 다른 영상도 여럿 분석한 연구팀은 작은 물고기들이 고래상어를 보디가드가 아닌 이동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을 떠올렸다. 일부 해양생물은 헤엄치는 데 드는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큰 물고기가 만드는 선수파(뱃머리가 만드는 역 V자 파도)를 능숙하게 이용한다.

조사 관계자는 "아마도 작은 물고기들은 거대한 고래상어가 헤엄치며 만들어지는 선수파에 몸을 맡겨 먼 거리를 쉽게 이동하는 듯하다"며 "고래상어 주변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주로 섭취하는 플랑크톤도 많아 이들 입장에서는 일거양득"이라고 설명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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