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사람의 전유물로 여겨지기 쉽지만 동물들에게도 분명한 영향을 준다. 소나 돼지우리에 클래식음악을 틀어주면 좋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사람이 듣는 음악에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다만 사람이 즐기는 음악의 종류가 무수한 것처럼, 각 음악에 대한 동물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사람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 개
인류와 오랜 세월 함께해온 개들은 음악적 성향도 사람과 흡사하다. 미국 콜라라도주립대학교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개 117마리를 동원한 실험에서 클래식과 헤비메탈 등 여러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고 행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클래식 음악을 들려준 개들은 평소보다 편안하고 잠도 잘 잤다. 반면 헤비메탈처럼 강렬한 록음악을 들려주자 대체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연구팀 관계자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반응은 개나 인간이나 마찬가지”라며 “동요를 억제하고 수면을 촉진하며 기분을 개선해 스트레스와 불안을 줄이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집사의 음악에 무관심한 고양이

고양이는 집사가 듣는 음악에 관심이 없지만 전용 음악엔 반응한다. <사진=pixabay>

고양이는 인간의 음악에는 대체로 무관심하다. 다만 고양이를 위해 특별하게 제작된 특정 음악에는 반응한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심리학자 찰스 스노든과 작곡가 데이비드 테아이는 고양이 전용 음악으로 유명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고양이들끼리 소통할 때 내는 소리와 흡사한 주파수와 템포 등을 이용해 음악을 만들고 있다. 

이들은 실험에서 집고양이 47마리에게 클래식과 자신들이 만든 고양이 음악을 들려줬다. 클래식엔 아무 관심이 없던 고양이들은 전용 음악을 틀자 스피커에 바짝 다가가 귀를 쫑긋 세웠다. 나이든 고양이나 새끼고양이의 반응이 특히 두드러졌다는 게 스노든 박사의 설명이다.  

■메탈리카에 열광하는 원숭이
과학자들은 고양이뿐 아니라 원숭이를 위한 음악도 만든 적이 있다. 대개 원숭이들의 기분전환을 위해 제작된 음악들인데, 한 실험에서 이 음악이 원숭이 식욕 증진과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원숭이들은 클래식이나 록, 팝, 컨트리 등 인간이 듣는 보통 음악에는 거의 무관심했다. 다만 흥분한 일부 원숭이들은 메탈리카의 ‘오브 울프 앤드 맨(Of Wolf And Man)’을 틀어주자 급히 차분해져 과학자들은 놀라게 했다. 

■음악으로 힐링하는 소

<사진=pixabay>

축산농가가 젖소들에게 차분한 음악을 틀어주는 건 음악이 우유 생산 등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자들의 연구결과에 기반한다. 

실제로 레스터대학교 연구팀은 젖소 1000마리를 동원한 실험에서 이 사실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사이먼 앤 가펑클의 ‘브리지 오버 트러블드 워터(Bridge Over Troubled Water)’나 베토벤의 ‘전원교향곡’ 등을 9주간 들려준 결과 하루에 생산되는 우유의 양이 뚜렷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차분한 음악을 들은 젖소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작곡가까지 구분해내는 금붕어
금붕어는 지능이 낮은 동물로 알려졌지만 작곡가를 구분할 정도의 뛰어난 음악적 감각을 지녔다. 일본 게이오대학교 연구팀은 스트라빈스키와 바흐의 음악을 동원한 실험에서 이 같은 사실을 입증해냈다. 

연구팀은 A와 B그룹으로 금붕어를 나눈 뒤 각 작곡가의 곡을 들려주고 먹이를 먹을 수 있게 했다. 먹이와 음악의 상관관계를 학습한 금붕어는 다른 작곡가의 노래가 나오면 먹이를 먹지 않고 기다렸다. 

연구팀 관계자는 “금붕어는 곡을 구성하는 리듬이나 박자 등을 구분하며, 심지어 익숙하지 않은 곡은 확실히 집어내는 기억력을 가졌다”며 “금붕어 기억력이 3초라는 건 확실한 낭설”이라고 언급했다. 

■스스로 음악을 연주하는 코끼리
코끼리가 코로 그림을 그리거나 의사를 표현하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지만 음악에도 조예가 깊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리처드 라이어라는 사람이 태국 북부에 설립한 코끼리 오케스트라는 드럼과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코끼리 16마리로 구성된다.  

코끼리 오케스트라의 음악을 연구한 신경과학자들은 코끼리들이 인간보다 훨씬 안정된 템포로 드럼을 치거나 하모니카를 분다고 분석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지능이 높고 감정표현에 능한 코끼리는 인간의 음악을 듣는 것뿐 아니라 스스로 연주도 가능한 지구상의 몇 안 되는 동물”이라고 평가했다. 

■음악에 푹 빠지는 새들

<사진=pixabay>

사실 지구상에서 코끼리 이상으로 음악적 감각을 가진 생물이 바로 새다. 꾀꼬리의 청량한 울음소리만 떠올려도, 새들이 특별한 음악적 재능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 에모리대학교 연구팀은 새들의 노래가 음악적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참새 수컷이 우는 소리를 들을 때 암컷의 뇌 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 암컷 참새의 뇌내 보수계인 편도체 일부 영역이 밝게 빛나며 반응했다. 뇌의 보수계는 도파민 등을 분비하는 영역으로, 사람 역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편도체 일부가 빛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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