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삑~! 현재 운전자는 치매가 의심됩니다.”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사고가 세계 각국의 공통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운전패턴을 인공지능(AI)이 학습, 치매 여부를 미리 판단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은 6일 논문을 내고 고령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 자동차 운전패턴을 AI가 관찰, 분석하면 얼마든 운전자의 인지력 감퇴를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나이와 성별, 인종, 학력수준 등이 제각각인 65세 이상 운전자 2977명의 운전습관을 4년간 추적 분석했다. 이 중에는 경도인지장애(MCI) 환자 33명과 치매 환자 31명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AI에 4년간의 데이터를 입력하고 운전자들의 인지력 쇠퇴를 나타내는 각종 징후를 검출하도록 학습시켰다. 그 결과 AI는 인구학적 특성만으로는 29%, 운전변수만으로는 66%, 인구학적 특성과 운전변수를 합한 기준으로는 88%의 정확도로 MCI와 치매 여부를 가려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인지기능 쇠퇴를 예측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했던 것은 나이였다”며 “AI가 꼽은 인지력 쇠퇴의 주요 징후는 짧아지는 운전거리(24㎞ 미만)와 인종, 출근부터 퇴근까지 걸리는 시간, 1회 운전시간, 급브레이크를 밟는 빈도 순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치매가 진행되기 시작한 고령자는 운전 시간이 평소보다 짧아지고 전과는 다른 습관이 나타나기 시작한다”며 “감속 시 급브레이크 사용 빈도가 높다는 건 그만큼 주의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팀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운전 패턴을 분석하고 치매 징조가 보이면 사전에 경고하는 시스템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치매 징후가 농후할 경우 법적으로 운전대를 놓도록 조치하는 제도 마련도 뒤따라야 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치매환자 증가에 따른 관련 사회적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사진=pixabay>

장수국가인 일본에서 처음 주목받은 고령 운전자 사고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가 안고 있는 숙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9년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3만3239건으로 2015년보다 44% 늘었다. 교통사고 치사율(100건당 사망자 수)은 고령 운전자 사고가 2.9명으로 평균보다 80%나 높았다. 때문에 ​일정 연령을 넘기면 면허를 반납하는 정책 등이 거론됐지만 실효성 논란이 여전하다.

치매는 실로 다양한 사회적 손실을 야기한다. 통상 70세 이상 인구의 질병 중 두 번째로 흔한 치매는 2012년 기준 세계 인구 440만명 이상이 앓고 있다. 이 숫자는 2030년 약 900만명, 2050년 약 1300만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당연히 치매 치료나 예방, 피해복구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 역시 천문학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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