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1930년대 발견된 두개골이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와 가장 가까운 친척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허베이지질대학교 및 중국과학원, 영국자연사박물관 합동 연구팀은 27일 발표한 논문을 통해 허베이지질대가 소장 중이던 거대한 두개골이 14만6000년 전 생존한 새로운 인간속의 것으로, 현생인류와 가장 가까운 친척이라고 주장했다. 

두개골이 발견된 지명 ‘용강(龍江)’을 따 ‘호모 롱기(Homo Longi, 드래곤맨)’라는 이름이 붙은 새로운 인류는 그간 현생인류의 가장 근접한 친척으로 알려진 네안데르탈인보다 이후까지 생존했을 가능성이 있다.

3D 이미지화한 '호모 롱기'의 두개골 <사진=SciTech Daily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Viritual Harbin Cranium Reconstruction' 캡처>

인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약 300만년 전)로부터 호모 하빌리스(약 150만년 전), 호모 에렉투스(언어사용, 약 50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네안데르탈인, 20만년 전),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현생인류, 4만년 전)로 진화해 왔다. 연구팀 주장이 정설로 받아들여질 경우 호모 롱기는 호모 사피엔스 이후에 출현한 현생인류 직전 인류 조상이 된다.

놀라운 발견을 가능하게 해준 두개골은 숨겨진 사연도 드라마틱하다. 이 두개골은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일하는 중국인 남성이 1933년 우연히 발견했다. 일본군 청부업자였던 그는 두개골을 일본군에 넘기지 않고 폐쇄된 우물에 숨겨뒀다. 덕분에 두개골은 전란과 문화대혁명의 격변기를 무사히 지나 2018년에야 발굴됐다. 남성이 죽기 직전에야 두개골의 존재를 알렸기 때문이다. 유족은 허베이지질대학 지구과학박물관에 두개골을 기증했다.

공동연구팀은 두개골이 가진 600개 이상의 특징을 분석, 다른 초기 인류 화석과 유사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두개골과 중국에서 발견된 다른 화석은 네안데르탈인이나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와 같은 시대에 살았던 계통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중국의 팔레오아티스트(Paleoartist,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 고대생물이나 인류를 그리는 작가) 자오 촹은 연구팀 자료를 바탕으로 호모 롱기의 대략적인 얼굴 그림도 완성했다.

중국 유명 작가 자오 촹이 재현한 호모 롱기(드래곤맨)의 얼굴 <사진=자오 촹 트위터>

연구팀 관계자는 “두개골은 현재 사람과 비교해 거대하고 눈과 눈 사이가 멀며 안구가 크고 턱이 매우 넓다”면서도 “얼굴이 전체적으로 납작하고 광대뼈는 작은 편인데 이는 현대인에게서 발견되는 특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두개골의 주인이 남성이며 대략 50대에 죽은 것으로 추정했다. 정수리에 함몰이 발견됐지만 직접적 사인이라고는 특정하지 않았다. 연구팀 관계자는 “동강 주변의 물질과 비교 분석한 결과를 봐도 드래곤맨은 현생인류 같은 다른 인간속들과 동시대에 살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수렵이나 농경을 하던 중 머리에 부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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