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나 일의 능률을 높이려면 적당한 휴식이 필수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벼락치기를 하기보다는 공부나 작업 중간에 휴식을 취해주면 간격효과(공간효과, spacing effect) 덕에 기억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신경생물학 연구팀은 최근 쥐를 이용한 실험 결과 적당히 휴식을 취하면서 학습하면 보다 기억력이 높아진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말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도 소개됐다.

연구팀은 간격효과, 즉 일정한 간격을 두고 휴식하며 학습하면 벼락치기보다 효과적이라는 가설을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실험을 기획했다. 간격효과는 독일 실험심리학의 선구자 헤르만 에빙하우스가 19세기 처음 주장했다. 그 효력은 실험을 통해 입증됐지만 구체적인 이유나 구조는 알려지지 않았다.

간격효과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연구팀은 미로에 초콜릿 몇 개를 숨겨놓고 쥐를 풀어 찾도록 했다. 미로의 구조와 초콜릿 위치는 매번 똑같았다. 쥐 한 마리당 하루 세 차례만 도전할 수 있도록 회수에 제한을 뒀다.

흔히 경험하는 벼락치기보다는 학습 중간에 휴식을 취하는 것이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미로를 탐험할 쥐들에게 서로 다른 휴식시간을 줬다. 쥐 A는 곧바로 재도전 기회를 주고, B는 재도전하기까지 30분, C는 1시간 등 일정한 간격을 쉬게 했다. 연구팀은 이 실험을 며칠간 반복했다.

그 결과 쉴 틈 없이 곧바로 초콜릿을 찾아 나선 쥐들이 다른 쥐들보다 빨리 초콜릿을 찾아냈다. 다만 하루가 지나자 학습효과는 완전히 역전됐다. 오랜 시간 휴식을 취한 쥐들이 초콜릿 위치를 더 정확하게 찾아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단기적으로는 간격을 두지 않고 재도전한 쥐가 유리했지만 오랜 시간 쉬면서 집중력을 발휘한 쥐들은 며칠간 진행된 실험에서 더 나은 성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각각 다른 조건으로 초콜릿을 찾아 나선 쥐들의 뇌 활동에 주목했다. 특히 각성이나 학습을 담당하는 내측 전전두피질(medial prefrontal cortex)의 활동을 면밀하게 관찰했다.

당초 연구팀은 재도전 간격이 짧을 때 신경회로가 보다 활성화한다고 생각했다. 쉬지 않고 도전을 계속하면 신경회로가 똑같은 일을 반복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재도전까지 간격이 벌어지면 새로운 작업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그만큼 기억해 내기 불리할 것으로 추측했다.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틈틈이 쉬면서 하는 학습이 가장 효과적이다. <사진=pixabay>

실험 결과는 정반대였다. 같은 신경세포가 활발해진 것은 재도전까지 간격이 길 때였다. 게다가 짧은 간격으로 연속해서 도전할 경우 서로 다른 신경세포 클러스터가 활발해졌다.

연구팀은 “도전과 도전 사이에 휴식을 취한 쥐들은 학습을 반복하며 장기기억이 강화되는 현상을 보여줬다”며 “이것이 간격효과를 발휘하는 기본적인 구조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알려진 것처럼 성적 향상에는 단기기억보다는 장기기억이 훨씬 유리하다”며 “우리 실험에서는 30~60분 간격으로 쉰 쥐들이 다음날 초콜릿 위치를 가장 잘 파악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실험은 학창 시절 흔히 경험하는 벼락치기보다는 공부 사이에 적당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기억력 향상에 유리하다는 걸 보여준다. 쥐를 이용한 실험 결과이므로 사람 역시 30~60분간 휴식할 때 효율이 가장 좋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공부나 작업 간 가장 적당한 휴식시간으로는 10~20분이 손꼽힌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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