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들도 동료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면 우울증에 빠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해마 치상회(dentate gyrus) 신경세포 생성에 영향을 주면서 우울증이 발병한다는 새로운 사실도 밝혀졌다.

일본 도쿄이과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동료가 심한 왕따나 폭력을 당하는 광경을 지켜본 동물은 사람처럼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뇌에서 우울증 징후까지 확인됐다고 밝혔다.

우울증의 발병 메커니즘을 규명하려던 연구팀은 인간에 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왕따와 집단폭력을 떠올렸다. 우울증은 일반에 잘 알려진 정신질환 중 하나지만 발병 원인에 대한 구체적 메커니즘은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괴롭힘을 당하는 동료를 목격한 동물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의 해마 입구에 자리한 치상회에 신경세포가 자라기 어려워져 우울증이 생긴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실험 쥐를 동원한 연구팀은 신체적 스트레스가 아닌 정신적 스트레스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우선 연구팀은 쥐 A에게 폭행당하는 쥐 B를 목격하게 하고 뇌를 스캔했다. 실험 관계자는 “쥐 수컷은 세력권에 다른 수컷이 들어오면 공격하는 습성이 있다”며 “원래 세력을 가진 수컷으로부터 폭행당하는 B는 신체적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번 연구는 정신적 스트레스 측정이 목적이므로 이를 A에게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실험에서 폭행당하는 B를 목격한 A는 뚜렷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다. 뇌를 관찰한 연구팀은 “새로 태어난 신경세포가 죽기 쉬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쥐 A의 해마에 있는 치상회의 경우 새 신경세포 수가 확연히 적어졌다. 이는 스트레스 탓에 신경세포의 생존율이 저하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해마 치상회 신경세포 생성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pixabay>

사람의 경우 어른이 된 뒤에도 해마 등 뇌 일부에서는 신경세포가 새로 만들어진다. 이 세포들은 기억이나 학습에 깊이 관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스트레스로 이 세포들이 악영향을 받으면 우울증이 올 수 있다는 게 이번 연구 결과 밝혀진 셈이다.

연구팀은 뇌 손상을 입은 쥐 A에 항우울제를 투여한 뒤 경과를 지켜봤다. 세포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쥐들의 우울증 패턴 중 하나인 사회적 기피 행동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관계자는 “만성적인 정신적 스트레스가 해마 치상회 신경세포 생존율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며 “이번 동물 실험은 우울증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효과적 치료법을 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평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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