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광합성을 이용해 개구리 같은 척추동물의 체내에 산소를 공급하는 기상천외한 실험에 과학계 시선이 집중됐다.

독일 뮌헨대학교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서 조류의 올챙이 이식을 통한 체내 산소 생성 실험이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방출하는 식물을 동물에 주입하면 그 체내에서 산소가 자연 발생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올챙이를 동원한 실험에 나섰다. 주로 실험용으로 사용하는 발톱개구리(Xenopus laevis)의 올챙이 심장에 녹조류와 남조류를 주입한 뒤 변화를 관찰했다. 남조류는 세포 핵 또는 색소체가 없는 식물로 조류 가운데서 가장 하등한 종이다. 녹조류는 일반 하천에서 잘 자라는 흔한 조류다.

올챙이 심장에 주입되는 조류 <사진=뮌헨대학교 공식 홈페이지·iScience>

올챙이 심장에 주입된 조류는 고동이 칠 때마다 혈관을 타고 퍼져나갔다. 얼마 안 가 올챙이 몸 전체가 녹색으로 물들었다.

조류가 뇌까지 도달한 것을 확인한 연구팀은 올챙이 머리를 절개하고 뇌세포가 죽지 않도록 산소가 공급된 액체에 넣은 뒤 신경활동과 산소포화도를 체크했다.

이후 연구팀은 액체에 대한 산소 투입을 멈췄다. 산소가 없어지자 올챙이의 신경세포 활동도 정지됐다. 연구팀이 액체가 든 수조에 빛을 비추자 조류들은 광합성으로 산소를 만들기 시작했고 약 15~20분 뒤 신경세포가 다시 활동했다. 

실험 관계자는 “신경세포들이 다시 움직이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순히 액체에 산소 공급을 재개했을 때보다 두 배나 빨랐다”며 “신경세포의 활동 역시 실험 시작 전 상태와 같거나 오히려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실험은 어처구니없는 발상에서 시작된 것 같지만 산호나 말미잘 등 자연계에는 엄연히 조류와 공생하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는 생물이 있다”고 덧붙였다.

심장에 주입된 조류가 퍼지면서 녹색으로 변한 올챙이. 이후 빛을 비추자 광합성이 일어났다. <사진=뮌헨대학교 공식 홈페이지·iScience>

연구팀은 실험성과를 에베레스트 같은 고지대나 깊은 수중에서 걸린 산소 결핍 증상(저산소증)의 치료나 세포조직 연구에 활용할 방침이다. 특히 인체에 사용할 목적으로 개발되는 오가노이드(organoid, 줄기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장기 유사체)에 산소를 공급할 수단으로도 응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험 관계자는 “연구용으로 분리된 세포조직이나 오가노이드에 산소를 공급하는 수단으로써 연구가 가속화할 전망”이라며 “올챙이 실험 성공만으로 사람에 당장 적용될 리 만무하지만 연구를 거듭하면 광합성으로 사람 등 척추동물의 조직 생존율을 높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올챙이에 주입된 조류가 장기적으로 산소를 계속 공급할 수 있는지, 또한 올챙이 몸에 면역 반응 등 추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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