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우주비행사 노구치 소이치(57)가 우주는 기본적으로 죽음의 세계라고 정의했다. 344일간 우주 체류 기록을 가진 노구치 비행사는 26년의 공식적인 현역 생활을 최근 마감했다.

노구치 소이치는 12일 교도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일본항공우주개발기구(JAXA)를 은퇴한 후 3주간 평범한 시간을 보내며 우주에 대한 또 다른 생각을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JAXA 퇴직을 발표한 노구치 소이치는 민간 우주개발이 활발하고 우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진 요즘, 어렵게 공부해 비행사가 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JAXA 우주비행사 노구치 소이치가 지난 2021년 1월 ISS 큐폴라에서 지구 경치를 감상하고 있다. ISS와 약 420㎞ 떨어진 창밖의 푸른 바다는 카리브해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그간 우주에 머물며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 것에 대해 그는 “우주는 기본적으로 죽음의 공간”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꺼냈다. 노구치 비행사는 “26년간 현역으로 일하며 총 344일을 아득한 우주에서 보냈다”며 “우주는 기본적으로 죽음이 지배한다.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매 순간 기적같이 느껴지는 곳”이라고 떠올렸다.

이어 “손을 놓으면 무의 세계로 가 버리는 곳이 우주”라며 “지난해 국제우주정거장(ISS) 선외 활동 당시 목격한 지구는 아무렇지 않게 빛났고, 잡은 난간은 태양빛으로 열기를 띠고 있었다. 별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에 공포를 느꼈지만 ISS와 지구의 존재는 미묘한 안도감을 줬다”고 회고했다.

1996년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인 후보자로 선발된 노구치 소이치는 일본의 우주개발 역사 그 자체다. 2005년과 2009년, 2020년 등 세 차례 우주비행을 경험했고 마지막 비행 당시 10개월 넘게 ISS에 머물렀다. NASA는 물론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에도 탑승한 그가 기록한 통산 우주 체류 기간은 일본인 역대 2위다.

JAXA 우주비행사 노구치 소이치가 2021년 1월 스페이스X의 드래곤 보급선 임무에 대비한 태양열 패널 조정을 위해 ISS 선외 작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현재 달 탐사를 계획한 일본의 우주개발 기술은 우리나라에 여러모로 앞서 있다. NASA 등 해외의 유력 우주개발 기관에서 장기간 활동한 노구치 같은 전문 우주비행사를 배출한 점은 더욱 부러운 대목이다.

노구치 비행사는 지난해 5월 3차 우주비행을 마칠 무렵부터 후배들을 양성하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 앞으로는 민간인으로서 우주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높이고 관련 분야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도 했다.

다음 세대에 자극이 될만한 우주 관련 연구나 교육에도 참여하고 싶다는 노구치 비행사는 당분간 도쿄대학교 특임교수로 활동하며 축적한 우주개발 지식을 후학에 전수할 계획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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