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 온도가 그간 학계의 추측보다 뜨겁다는 새 연구결과가 나왔다. 건강한 사람마저 일시적으로 40℃가 넘는 것으로 밝혀져 학계 관심이 집중됐다.

영국 MRC 분자생물학연구소는 14일 발표한 논문에서 사람의 뇌는 인간의 정상 체온인 36℃가량보다 높으며,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도 최고 40.9℃까지 뇌 온도가 올라간다고 전했다.

건강한 뇌 온도를 정밀 측정한 이번 연구에서 뇌는 나이나 성별, 부위는 물론 생리 등 다양한 환경에 따라  온도 변화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MRC 분자생물학연구소 존 오닐 박사는 “개인적으로 가장 큰 놀라움은 건강한 인간의 뇌가 다른 부위라면 고열로 진단될 정도의 온도에 견딘다는 것”이라며 “뇌를 다친 사람에게서 이러한 고온이 확인된 적은 있었는데, 이번 발견은 기존의 의학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의 뇌 온도가 부위에 따라 최고 4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pixabay>

박사는 “지금까지 건강한 사람의 뇌 평균 온도를 제대로 측정한 사례는 사실 없었다”며 “대개의 경우 인체의 다른 부분과 온도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됐고, 특정 부위의 온도가 올라가면 틀림없이 병증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자기공명 분광법(MRS)을 활용한 덕에 가능했다. 연구소는 20~40대 남녀 40명을 동원, MRS를 이용해 하루 3회씩 뇌 온도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피실험자들의 뇌 온도는 36.1~40.9℃의 분포를 보였다. 40.9℃는 우리 인체의 정상체온을 훨씬 넘는 수준이다.

존 오닐 박사는 “뇌에서 온도가 가장 높은 부위는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시상”이라며 “뇌 온도차는 성별에 따라서도 차이가 두드러졌다. 특히 생리 주기인 여성의 경우 전반기보다 배란을 낀 후반이 되면 0.36℃도 온도가 상승했다”고 말했다.

성별과 연령대, 부위에 따라 다른 뇌 온도는 우리 몸의 상태를 진단하는 바이오마커가 될 전망이다. <사진=pixabay>

이어 “뇌 온도는 시간대에 따라서도 변화했다. 가장 뜨거운 것은 정오 무렵이며, 밤이 되면 뇌 온도는 차차 낮아졌다”며 “자기 전 뇌 온도가 떨어지고 낮에 상승하는 것은 우리 몸의 건강을 유지하는 시스템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인간의 뇌 온도를 부위별·시간별로 도식화한 결과, 중도에서 중증 뇌외상환자 중 뇌 온도 변동이 없는 사람은 사망할 확률이 21배나 높았다.

존 오닐 박사는 “인간의 뇌는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뜨겁고 변화무쌍하다”며 “이러한 뇌의 온도 변화는 뇌가 입은 부상을 치료하는 데 중요한 진단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연구소는 향후 더 큰 규모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뇌 온도 모니터링과 관리가 뇌 외상 치료에 있어 아주 중요하다는 조언했다. 특히 뇌 온도 사이클이 흐트러지는 것은 치매와 같은 만성질환을 조기에 진단하는 바이오마커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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