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을 넘어갔다는 통계가 얼마 전 나왔다. 개나 고양이와 더불어 사는 사람들은 자식 이상의 애정을 쏟으며 일상을 공유한다. 적잖은 이들이 반려동물과 입을 맞추며 애정을 과시하는데, 해마다 관련 사고가 이어져 동물학계가 지속적인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일본 야후와 내셔널지오그래픽재팬은 최근 공동 기획에서 ‘반려동물과 키스’에 숨은 위험성을 알렸다. 개나 고양이가 사람을 핥을 경우 피부에 다수의 세균이 들러붙는데, 자칫 상처가 있을 경우 위험한 감염증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2007년 한 호주 여성은 얼굴이 자주색이 된 채 병원에 실려 갔다. 진단은 패혈성 쇼크. 항생제 덕에 2주간 사투 끝에 살았지만 왼쪽 다리 무릎 아래와 오른쪽 다리 일부를 잘라냈다. 2019년에는 미국 여성이 세균에 의한 희귀 감염증으로 양손과 다리를 절단한 뒤에야 목숨을 건졌다.

두 여성 모두 혈액에서 병원성 세균 캡노사이토파가 카니모르수스(capnocytophaga canimorsus)가 검출됐다. 개나 고양이 침에 흔한 세균이다. 호주 여성의 경우 왼쪽 발등을 뜨거운 물에 덴 상처를 집에서 키우던 폭스테리어 새끼가 핥았다. 미국 여성은 반려견과 잦은 입맞춤이 원인으로 밝혀졌다.

만약의 사태로 애꿎은 반려동물을 잡지 않으려면 입속 세균에 대한 반려인 상식이 요구된다. <pixabay>

개와 고양이를 조사한 연구들을 보면 반려동물 타액 속 일부 세균은 인체에 위험천만하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 내 반려견의 74~82%, 반려묘의 57~64%가 캡노사이토파가 카니모르수스 균을 가졌다. 후생성은 사실상 모든 반려견과 반려묘가 이 균을 가진 것으로 보고 대응하고 있다. 

사람의 체내 방어 시스템은 보유하지 않은 세균이 침투하면 즉각 반응해 격렬한 싸움에 나선다. 미국 세균학자 프로이드 듀허스트는 “인간의 피부와 면역계는 보통 반려동물이 가진 세균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지만 이게 깨지면 치명적 감염증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개에 물린 사람의 약 10~15%, 고양이는 최대 50%가 입속 세균에 감염된다”며 “캡노사이토파가 카니모르수스 세균이 원인인 패혈성 쇼크의 경우 환자 26%가 숨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전했다.

학자들은 사람이 반려동물 세균에 감염되는 주된 이유가 인간이 가진 세균 생태계 특성에 있다고 본다. 실제로 사람과 개를 살펴보면 같은 종의 세균은 불과 15% 안팎이다.

개나 고양이끼리 입맞춤은 입속 세균총의 유사성으로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사진=pixabay>

프로스트는 “이런 차이는 세균이 음식에 맞춰 진화해 온 결과로 보인다”며 “분명한 건 인체에 존재하는 세균이나 면역 시스템이 개의 입속 세균이나 미생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물이 사람을 한 번 핥으면 인체에 생소한 세균이 수백만 개 묻을 수 있다”며 “세균들은 몇 시간이 지나도 사람의 피부에서 검출된다. 개에 물릴 경우 5시간 후 그 부위를 면봉으로 문지르면 개 입속 세균을 50여 종이나 채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희소식은 개나 고양이 세균 상당수가 일단 입 밖으로 나오면 영원히 살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만 세균이 바로 죽는 것도 아니다.

2006년 일본 연구에 따르면 고양이 털 1g에는 100만개 가까운 세균이 우글거린다. 멸균한 사람 손으로 고양이를 2분간 쓰다듬는 실험에서 사람 쪽으로 이동한 세균들이 분명히 특정됐다.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손 청결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개와 고양이의 입속 세균총 50%가 일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진=pixabay>

더 심할 것은 세균이 체내로 유입되는 상황이다. 개가 얼굴을 핥을 경우 인체의 기본 면역체계가 일단 방어한다. 얼굴이나 입안에 상처가 없으면 보통 문제는 없다. 단, 상처가 있거나 손에 묻은 세균을 입에 넣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영유아나 노인은 건강한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해 주의가 필요하다. 생후 7주 된 아기가 파스퇴렐라 물토시다(Pasteurella multocida) 균에 의한 수막염에 걸린 사례가 있다. 이 역시 개와 고양이 입안에 흔한 세균이다.

한국만큼 반려동물 인구가 많은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개나 고양이 세균 감염을 경고해 왔다. 후생성은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만큼 손 씻기에 철저해야 한다”며 “개나 고양이와 입을 맞추기 전 어떤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 떠올려야 만약의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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