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궤도와 맹그로브 수림의 성장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으로 판명됐다. 달과 지구상의 여러 생명 사이의 연관성은 여전히 연구가 활발한 분야다.
호주 매쿼리대학교 습지생태학 연구팀은 지난 1987~2020년 촬영된 인공위성 영상을 분석한 결과 달 및 맹그로브 수림 성장의 연결고리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하구나 갯벌 등 바닷물과 담수가 만나는 지역에 자생하는 맹그로브가 달의 영향을 받는 사실을 처음 밝혀냈다. 맹그로브 수림은 천연 탄소 흡수원으로 주목받는 만큼, 이번 연구는 건조한 기후에 취약한 맹그로브를 지켜 탄소 배출 감축을 진행할 중대 발견으로 평가된다.
호주 전역의 맹그로브 임관(식물 중 태양빛을 받는 교목의 지엽이 우거진 부분) 면적을 위성사진으로 분석한 연구팀은 달과 임관 면적 사이에서 의외의 연관성을 잡아냈다. 달 궤도의 장기적 흔들림이 맹그로브 성장에 영향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조사 관계자는 “달의 공전궤도면(백도면)은 지구의 황도면에 대해 근소하게 기울어져 18.6년 주기로 회전하고 있다”며 “이는 바다에도 영향을 주는데, 9.3년간은 조수가 낮아지고 다시 9.3년은 조수가 높아지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놀랍게도 이 주기가 맹그로브의 임관 면적 확대 및 수축과 딱 일치했다”며 “달 공전면의 흔들림에 따라 맹그로브 뿌리가 물에 잠기는 일수가 변하기 때문에 조수가 낮아지면 맹그로브 뿌리가 물에 잠기기 어려워져 성장이 느려진다”고 덧붙였다.
연구팀 설명대로라면 조수가 높아지는 시기에는 맹그로브가 물을 충분히 흡수해 쑥쑥 자랄 수 있다. 당연히 이 기간 맹그로브의 임관 면적도 확대된다.
조사 관계자는 “달과 맹그로브의 연결고리는 꾸준히 진행되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더욱 두드러졌다”며 “달 궤도의 흔들림과 조석, 즉 달과 태양의 인력에 의해 일어나는 해수면 변화는 기후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2015년 엘니뇨현상으로 호주 북부 카펀테리아 만에 자생하는 맹그로브가 4000만 그루나 말라버렸다. 이때 달의 흔들림은 조석이 가장 낮아지는 상황이었다. 가뜩이나 엘니뇨현상으로 만 내 수위가 평균 40㎝나 내려가 있었는데 달의 흔들림 때문에 수위는 더욱 떨어졌다.
이번 연구에서는 맹그로브의 고사가 특히 많이 나타난 것은 연안이나 하천에 인접한 갯벌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런 지역은 유난히 간만의 차가 심하다.
현재 세계 각국은 온난화를 늦추는 탄소 배출 감소를 중대 과제로 공유하고 있다. 맹그로브 수림은 탄소의 천연 흡수원으로 통하는데, 이번 연구는 달의 흔들림이 맹그로브의 이산화탄소 흡수력이나 저장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내는 힌트도 된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조사 관계자는 “달 궤도 흔들림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규명되면 가뭄의 타이밍을 예측해 맹그로브를 보호할 수 있다”며 “맹그로브를 지키는 것은 당장 실행 가능한 온난화 대책 중 하나로, 이번 연구는 탄소 배출 감소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