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Enceladus)’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최근 연구에서 재차 제기됐다. 엔켈라두스는 두께 30㎞가 넘는 얼음층 밑에 바다가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는 19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게 공개된 논문에서 엔켈라두스의 바다에 생명체에 필수적인 인이 풍부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엔켈라두스에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는 입장이다.

연구를 주도한 크리스토퍼 글레인 박사는 미 항공우주국(NASA) 탐사선 ‘카시니(Cassini)’가 수집한 엔켈라두스의 수증기 분출 정보에 주목했다. 카시니는 2005년 엔켈라두스 표면의 호랑이 줄무늬(타이거 스트라이프, tiger stripes) 균열에서 수증기가 200㎞까지 치솟는 상황을 포착했다.

태양계에서 가장 흰 얼음 천체 엔켈라두스 <사진=NASA·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홈페이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대기물리학과 맥스 루돌프 조교는 지난 4월 수증기 분출이 얼음이 깨진 틈으로 나온 바닷물이라고 주장했다. 수천 년에 걸친 위성의 냉각 사이클 때문에 얼음이 아래쪽으로 성장, 바다에 압력을 가해 물이 분출됐다는 이야기다.

글레인 박사는 이 가설을 토대로 엔켈라두스의 바다에 어떤 성분이 있는지 조사했다. 카시니의 수증기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열역학·동역학 모델을 구축하고 엔켈라두스 해저에서 미네랄이 녹는 상황을 재현했다. 그 결과, 엔켈라두스의 바다에는 생명에 필수적인 여러 요소, 특히 인이 풍부할 가능성이 떠올랐다.

인은 생명체에 꼭 필요한 요소다. DNA와 RNA, 에너지를 운반하는 분자, 세포막, 뼈, 치아 같은 물질은 인이 없으면 생성되지 못한다. 글레인 박사는 엔켈라두스 바다의 인이 지구의 바다와 비슷하거나 더 많이 존재할 것으로 파악했다.

솟아오르는 수증기 틈에서 엔켈라두스를 탐사하는 카시니의 상상도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그는 “태양계에는 액체 바다가 존재하는 천체가 적지 않다”며 “엔켈라두스는 물론 타이탄, 유로파, 심지어 태양계 편입 논란이 계속되는 명왕성조차 얼음 밑에 바다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지구 같은 바다가 행성에 존재하기 위한 조건은 까다롭다. 액체 바다가 생성되려면 태양과 거리가 가까워야 한다”며 “지구와 달리 지표 아래에 바다가 존재한다면 태양과 거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런 관점에서 연구소는 엔켈라두스가 태양계 내에서 지구 외 생명체가 발견될 가장 유력한 후보라고 강조했다. 글레인 박사는 “탐사선들의 활약으로 태양계 천체들 중 생명체 탐색을 위해 주목할 대상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며 “엔켈라두스에 탐사선을 추가로 보내 바다에 실제로 생명이 존재하는지 알아보는 시도는 아주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엔켈라두스의 두꺼운 얼음층 밑에 존재할 것으로 보이는 바다와 분출하는 수증기의 상상도. 지난 4월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칼텍) 연구팀은 수증기가 펄펄 끓는 바닷물이 압력에 밀려 얼음층을 뚫고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NASA·칼텍 공식 홈페이지>

지름이 504㎞ 밖에 되지 않는 엔켈라두스는 태양계에서 가장 흰 얼음 천체다. 1789년 최초로 관측될 당시 다른 천체에 비해 관심을 덜 받다가 엄청난 기세의 수증기가 포착되면서 단번에 생명체가 존재할지 모를 위성으로 떠올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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