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소년 파라오 투탕카멘이 잠든 묘실에 의붓어머니 네페르티티의 무덤으로 통하는 비밀 문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대영박물관 이집트 학자 니콜라스 리브스는 최근 연구 논문에서 투탕카멘의 묘실 어딘가에 네페르티티의 무덤 입구가 숨어있을지 모른다고 언급했다.

근거로 든 것은 투탕카멘의 무덤 속에서 새로 특정된 상형문자다. 니콜라스 리브스는 고대 이집트 18왕조의 파라오 투탕카멘이 후계자 아이 파라오에 의해 매장된 상황을 그린 카르투슈(상형문자로 왕의 이름을 적은 타원형 꽃 틀)를 유심히 살펴봤다.

이 과정에서 그는 고대 이집트 18왕조의 10대 파라오 아크나톤의 아내이자 이집트 3대 미녀로 손꼽히는 네페르티티를 매장하는 투탕카멘의 카르투슈가 덧칠됐음을 깨달았다.

여러모로 미스터리한 인물 네페르티티. 이집트를 통치한 수완가라는 설이 유력하며, 아이 파라오의 자녀라는 루머도 있다. <사진=pixabay>

그는 “투탕카멘의 카르투슈를 아이 파라오의 것이 덮고 있었는데, 전임자 네페르티티를 매장하는 투탕카멘을 묘사한 내용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집트 파라오의 묘실 카르투슈는 후임자가 전임자를 매장하고 기리는 상황을 담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런 점에서 투탕카멘의 무덤에 네페르티티를 언급한 카르투슈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투탕카멘의 묘실에 네페르티티의 흔적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오래됐다. 100년 전 영국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발견한 투탕카멘 무덤은 소년 파라오가 저승에서 쓰고도 남을 만큼 많은 보물로 치장됐다. 때문에 학자들은 투탕카멘의 무덤이 원래 네페르티티를 위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일부는 투탕카멘 묘실에 의붓어머니의 무덤이 숨어있다는 설을 제기했다.

네페르티티 묘실의 위치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2018년 이집트 고대유물부가 직접 나서 투탕카멘 묘실을 정밀 조사했지만 네페르티티의 비밀을 간직한 어떤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집트 고대유물부는 투탕카멘의 무덤 또는 이와 인접한 곳에 숨겨진 방이나 비밀 통로가 있다는 가설들이 거짓이라고 결론 내렸다.

소년 파라오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 <사진=pixabay>

니콜라스 리브스는 네페르티티의 묘실이 발견되지 않는 건 투탕카멘의 급사와 관련 있다고 추측했다. 재위 9년째인 기원전 1324년 급사한 투탕카멘은 서둘러 매장됐다. 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봉인된 지 10년 지난 네페르티티의 무덤이 급기야 다시 열렸고, 가장 바깥쪽 부분을 정리하고 소년 파라오의 관을 들였다는 이야기다.

이런 가설을 바탕으로 니콜라스 리브스는 투탕카멘 묘실 벽의 카르투슈가 덧칠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원래 이 묘실은 네페르티티가 잠든 곳이며, 19세에 의문의 죽음을 당한 투탕카멘을 한쪽에 매장하고 그의 묘처럼 꾸몄다는 주장이다. 

니콜라스 리브스는 “어디까지나 가설이지만 네페르티티는 지금도 그곳에 안치돼 있고 투탕카멘은 큰 무덤의 바깥쪽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라며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투탕카멘 무덤 건너편 숨겨진 곳에 독립된 매장실이 있고 그곳에 네페르티티가 잠들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대 이집트 왕조의 독특한 매장과 관련, 니콜라스 리브스는 이미 전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고대 이집트 나일강 삼각주의 북동부 도시 타니스를 들었다. 이집트 말기 21, 22왕조의 수도인 이곳에서는 프스센네스 1세와 아메네모프의 잊힌 무덤이 비슷하게 장식된 돌 칸막이를 사이로 연달아 발견됐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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