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배양한 인간의 미니 뇌를 쥐에 이식하는 실험이 성공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세르지우 파스카 교수는 12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소개된 논문에서 실험실에서 제작한 인간의 오가노이드 뇌를 생쥐의 뇌 일부에 결합, 정상 기능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오가노이드는 인간 줄기세포를 배양해 제작하는 소형 장기를 의미한다. 세르지우 교수는 이식된 미니 뇌가 쥐의 뇌와 신경세포 수준까지 결합돼 행동에도 영향을 준 점은 그동안 어려웠던 다양한 장기 연구를 가능하게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기존에도 이런 시도가 없지는 않았다. 다만 오가노이드 뇌의 이식 실험은 다 자란 쥐를 대상으로 했다. 이번 연구는 생후 며칠밖에 안 돼 뇌가 완전히 성장하지 않은 쥐의 뇌에 인간 뇌 신경세포가 잘 융합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실험 쥐의 뇌에 이식된 인간의 오가노이드 뇌(왼쪽) <사진=스탠퍼드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세르지우 교수는 “인간의 미니 뇌 조직은 쥐의 뇌 일부분을 차지한 뒤 순조롭게 성숙해졌다”며 “배양할 당시보다 크기 역시 약 6배나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니 뇌 조직은 쥐의 뇌 반구 약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며 “쥐 자체의 뉴런과 시냅스(뉴런 사이의 접합)까지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눈여겨볼 점은 인간의 뉴런을 통해 생쥐를 행동을 제어했다는 사실이다. 세르지우 교수는 “쥐의 뇌에 결합된 인간 뇌가 행동에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뉴런에 푸른빛을 쏘아 활성화하면서 쥐에게 물을 먹였다”며 “2주 뒤 사람 뉴런에 푸른빛을 쏘기만 하면 생쥐는 물을 할짝거렸다”고 전했다.

멀쩡한 쥐의 뇌에 인공 미니 뇌를 이식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인간의 미니 뇌 이식 후 뉴런을 조작, 생물 행동을 제어하는 것이 다양한 난치병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세르지우 교수는 “인간의 뇌를 동물에 이식, 정신질환자의 실제 뇌 활동과 질병의 연관성을 유추할 수 있다”며 “이런 방법으로 신경발달장애나 신경정신장애, 신경재생장애 등 다양한 신경질환을 연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니 뇌를 살아있는 동물에 이식하는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동물학자 타이미 브라이언트 교수는 “이런 식으로 동물을 다루는 것은 결코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며 “쥐의 의식은 인간이 손대지 않아도 그 자체로 뛰어나다. 멀쩡한 동물의 뇌를 손상시키는 것은 인간 스스로 자신의 생존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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