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만에 우주비행사를 달 표면에 내려줄 것으로 기대되는 ‘오리온(Orion)’ 우주선. 민간 업체까지 가세한 치열한 우주개발 경쟁에서 단연 주목받는 이 우주선에는 미 항공우주국(NASA) 전통의 이스터 에그가 여럿 숨어있다. 

달 원거리 역행궤도(DRO) 비행 후 지난 12일 지구로 귀환한 오리온은 NASA 소속 천문학자나 엔지니어, 우주비행사들이 전통적으로 만들어온 이스터 에그를 5개 갖고 있다. 

제작 단계의 오리온 우주선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①조종석 상부의 숫자 ‘18’
오리온 우주선 조종석 위에는 NASA의 아폴로 계획에 경의를 표하는 숫자 ‘18’을 나타내는 바이너리 코드(이진 코드)가 들어갔다. NASA 우주비행사들이 마지막으로 달 표면을 걸은 것은 1972년 12월 11일 ‘아폴로17’ 미션이었다.

오리온 우주선이 참가하는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의 핵심은 2025년 이후로 예정된 ‘아르테미스III’ 미션이다. 이때 오리온은 약 반세기 만에 인류를 달 표면에 다시 데려가게 된다. 숫자 ‘18’은 ‘아폴로’ 17호에 이은 인류의 달 표면 안착을 상징한다. 

②창문 아래 적힌 ‘CBAGF’
우주선 내 오른쪽 창문 아래에는 ‘CBAGF’라는 문자가 새겨졌다. 이는 미국의 전설적 가수 겸 배우 프랭크 시나트라의 명곡 ‘플라이 미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의 코드다.

오리온 우주선 내부의 이스터 에그. 왼쪽부터 숫자 18의 이진코드, CBAGF, 홍관조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③조종석 오른쪽 창문 위 홍관조
2021년 사망한 초대 오리온 프로그램 매니저 마크 가이어를 추모하는 그림이다. 생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광팬이던 고인을 기려 팀을 상징하는 홍관조를 그려 넣었다. 

④찰리(Charlie) 모스 부호
오리온 우주선 내에는 2020년 세상을 떠난 오리온 프로그램 매니저 찰리 룬드퀴스트에 대한 추모 이스트 에그도 들어있다. NASA는 오리온 개발 당시 룬드퀴스트가 맡은 역할을 기리기 위해 찰리(Charlie)의 모스 부호를 선내에 새겼다.

⑤조종석 정면의 숫자들
오리온 우주선의 조종석 정면에는 개발에 참여한 미국을 비롯해 독일과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벨기에,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스페인, 네덜란드 등 협력 국가들의 번호가 기재돼 있다.

오리온 우주선 내부의 이스터 에그. 왼쪽부터 찰리의 모스 부호, 우주선 제작에 협력한 나라들의 국가번호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이 같은 우주선 내 이스터 에그는 NASA의 오랜 전통이다. 지난 1977년 성간 공간으로 발사된 ‘보이저’ 1호와 2호는 금으로 표면을 도금한 지름 약 30㎝의 구리판, 일명 ‘골든 디스크’가 탑재됐다. 디스크에는 외계 생명체와 조우할 경우를 대비, 지상의 생명체 존재를 전할 다양한 소리와 이미지가 수록됐다.

행성 탐사선 ‘퍼서비어런스’가 화성에 낙하할 당시 낙하산에는 ‘위대함에 대한 도전(Dare Mighty Things)’이라는 의미심장한 메시지가 바이너리 코드로 인쇄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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