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의 명작 소설 ‘피노키오’에서 튀어나온 듯 긴 코를 가진 남자가 실존했다면 믿을 수 있을까.

제페토 할아버지가 나무를 깎아 만든 피노키오는 소설은 물론 연극과 뮤지컬, 애니메이션과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에 익숙하다. 거짓말을 할수록 길어지는 피노키오의 코는 줄잡아 20㎝는 넘게 묘사되는데, 이에 육박하는 실제 코를 가진 사람이 기록에 남아있다.

아주 특별한 코를 가진 주인공의 이름은 토머스 와드하우스다. 18세기 영국 요크셔 사람으로, 멀리서 봐도 길쭉하고 튼실한 코 때문에 영국 전역에서 그를 보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런던의 박물관에 전시 중인 토머스 와드하우스의 밀랍상 <사진=리플리의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토머스 와드하우스의 긴 코는 그가 죽은 뒤 한참 지나 기네스 세계기록에 등재됐다. 1955년 초판이 발행된 기네스북은 토머스 와드하우스가 비록 죽었지만 코 길이가 무려 19㎝에 달할 정도로 진귀한 기록의 보유자라고 인정했다.

의학적으로 일반적인 코의 길이는 5㎝ 안팎으로 본다. 코의 정확한 길이는 눈 사이에서 코가 시작되는 부분부터 코의 끝까지다. 이 길이가 얼굴 전체의 약 3분의 1 정도라면 평균, 그 이상이면 긴 코, 그 이하라면 짧은 코로 볼 수 있다.

토머스 와드하우스는 1730년경 태어나 1780년경 사망한 것으로 추측된다. 기네스 세계기록은 그의 사망 시점을 기준으로 했으므로, ‘세상에서 가장 긴 코를 가진 사람’ 부문의 기록은 무려 240년간 깨지지 않고 있다. 참고로 생존 인물 중 가장 긴 코 타이틀 보유자는 터키 남성 메흐메트 오즈위레크(8.8㎝)다.

생존 인물 중 세계에서 가장 긴 코를 가진 메흐메트 오즈위레크(왼쪽). 기네스북이 인정한 코 길이는 8.8㎝로, 그림으로 묘사된 토머스 와드하우스에 비하면 한없이 짧다. <사진=기네스북 공식 홈페이지>

토머스 와드하우스는 긴 코를 이용해 서커스 광대로 활약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특이한 외모에 관한 기술은 이 밖에도 많지만 정작 토머스 와드하우스의 생애에 대해서는 남겨진 정보가 많지 않다.

삽화 중에서는 1896년 ‘스탠더드 매거진(The Strand Magazine)’에 게재된 일러스트가 유명하다. 카메라가 없던 터라 잡지사는 화가를 동원해 토머스 와드하우스의 코를 가능한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당시 기사는 와드하우스의 코가 선천적이며, 이로 인해 약간의 지적장애가 있다고 전했다.

영국에서는 꽤 유명한 토머스 와드하우스의 코는 박물관에서 감상할 수 있다. 그의 형상을 본뜬 밀랍인형이 런던 ‘리플리의 믿거나 말거나 박물관(Ripley’s Believe It or Not Museum)’에 소장돼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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