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앞바다가 최근 분홍색으로 물들어 말들이 많다. 수수께끼의 자연 현상이라는 괴담까지 퍼지고 있는데, 사실 이는 과학자들이 계획한 중요한 실험이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해변에서 진행되는 과학 프로젝트의 정식 명칭은 ‘핑크(PiNC)’다. ‘Plumes in Nearshore Conditions’의 약자로, 강에서 흘러나온 민물이 바다와 만날 때 벌어지는 현상을 조사하는 실험이다.

강물이 바다를 만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는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강이나 하구에서는 바다로 민물이 흘러들어올 뿐만 아니라 퇴적물과 오염물질까지 운반되기 때문이다. 담수가 해수와 만나는 지점에서 얻은 정보들은 환경오염을 막거나 주변 생태계를 보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핑크' 프로젝트로 물든 캘리포니아 바다 <사진=스크립스해양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일반적으로 민물은 바닷물보다 뜨기 쉽고 온도도 높다. 특히 파도가 갈라져 하얗게 거품을 내는 일명 ‘서프 존’은 난류가 발생하기 때문에 담수와 해수의 상호작용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실험의 주 무대는 샌디에이고 토리 파인스 주립 자연 생태 보호구역에 자리한 로스 페냐스키토스 라군 주변의 서프 존들이다. ‘핑크’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자들이 굳이 물을 분홍색으로 물들인 것은 바닷물과 섞이는 과정을 보다 쉽게 관찰하기 위해서다.

스크립스해양연구소를 비롯한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인간과 동물에 무해한 분홍색 친환경 염료를 하구에 흘려보내고 바닷물과 섞이는 모습을 드론, 모래사장에 설치한 센서, 제트스키를 탄 연구원 등을 통해 조사하고 있다. 서프 존 밖에서는 염분이나 수온, 파도의 높이, 해류 등에 대한 계측도 진행한다.

담수에 친환경 염료를 넣어 해수와 섞이게 하는 '핑크' 프로젝트 <사진=스크립스해양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스크립스해양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실험을 통해 담수의 흐름에 따라 토사와 오염물질, 심지어 생물 등이 어떻게 바다로 흘러가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핑크’ 프로젝트는 환경, 해양, 토질, 야생동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한 지역의 담수와 해수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일들에 대한 지식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핑크’ 프로젝트의 1차 실험은 지난 1월 말 2회 진행됐다. 이달 초에도 실험이 예정돼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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