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앞을 가로지르는 수성의 극적인 움직임이 포착됐다.

유럽우주국(ESA)은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태양 탐사선 '솔라 오비터(Solar Orbiter)'가 잡아낸 태양과 수성의 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은 '솔라 오비터'에 장착된 극자외선 촬영 장치(EUI)가 찍었다. 정확한 촬영 일자는 지난 1월 3일로, 태양 표면에 넘실거리는 뜨거운 대기를 배경으로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수성이 담겼다.

동그란 그림자처럼 보이는 수성은 태양에서 평균 약 5800만㎞ 떨어진 궤도를 공전하고 있다. 지구 각지의 천문대들 역시 수성이 태양과 지구 사이를 통과할 때 이런 드라마틱한 상황을 잡아내곤 한다. 

태양을 스치듯 지나는 수성. 마치 검은 점과 같이 보인다.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ESA 관계자는 "태양을 통과하는 수성처럼 어떤 천체 앞을 다른 천체가 가로지르는 현상을 트랜싯(transit)이라고 한다"며 "이는 도플러 분광법과 함께 외계행성을 관측하는 유용한 방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트랜싯 법은 기본적으로 항성과 지구 사이의 행성 움직임을 이용한다. A라는 항성과 지구 사이에 A를 공전하는 행성 B가 있다면, 지구에서 볼 때 A의 빛이 살짝 가려지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현상이 주기적으로 관찰된다면 주성 A의 주위를 B가 공전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ESA 관계자는 "트랜싯은 같은 주기로 여러 번 반복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행성에 의한 트랜싯 주기나 항성의 광도 곡선(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천체의 광도를 나타낸 곡선)을 관측하면 행성의 공전 주기는 물론 직경이나 대기의 유무 같은 정보를 간접적으로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도플러 분광법의 경우 파동의 근원과 관찰자의 상대 속도에 따라 진동수와 파장이 바뀌는 현상을 이용한다. 항성과 그 주위를 도는 행성은 인력으로 서로를 끌어당기는데, 행성 위치에 따라 항성에 발생하는 떨림을 통해 외계행성을 관측한다. 

도플러 분광법과 비교해 일장일단이 있는 트랜싯 법은 2018년 운용이 종료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케플러 망원경'이 활용했다. NASA의 '테스(TES)' 탐사선과 ESA의 '키옵스(CHEOPS)' 우주망원경 역시 트랜싯 법으로 외계행성을 탐색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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