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 인간의 뇌세포로 움직이는 바이오컴퓨터가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학자들은 현재 인간의 미니 뇌로 동작하는 바이오컴퓨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인간 줄기세포로 만든 오가노이드(organoid, 인공장기) 뇌는 뇌신경 발달과 장애를 연구하는 모델로 이용되고 있는데, 이를 컴퓨터에 접목하는 것이 바이오컴퓨터다.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28일 공식 채널을 통해 뇌세포로 조작하는 바이오컴퓨터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2년 이 작업에 뛰어든 연구팀은 인간 피부세포에서 뽑은 줄기세포로 제대로 기능하는 뇌 오가노이드를 만드는 데까지 성공했다.

불치병 치료법 개발에 응용되는 오가노이드는 뇌 과학 분야에서 특히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다양한 기관에서 완성한 미니 뇌들은 대체로 약 5만 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되는데, 이는 초파리 신경계와 맞먹는 수준이다.

존스홉킨스대학교 연구팀이 제작 중인 미니 뇌. 진분홍색이신경세포, 파란색이 세포핵, 붉은색이 지질세포다. <사진=존스홉킨스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학자들은 이런 연구를 계속하면 이르면 수십 년 안에 뇌 오가노이드를 기반으로 한 최초의 상용 바이오컴퓨터가 등장한다고 본다. 인간 뇌세포를 이용한 바이오컴퓨터 개발이 중요한 것은 현존하는 슈퍼컴퓨터의 단점을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존스홉킨스대 연구팀 관계자는 "슈퍼컴퓨터는 엄청난 계산을 순식간에 해내지만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최근 화두인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는 빵점인 셈"이라며 "인간의 뇌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계산능력은 떨어지지만 복잡한 판단이라면 컴퓨터를 훨씬 능가한다"고 전했다.

이어 "일테면 6억 달러(약 7800억원)를 들여 미국 켄터키 주에 들어선 슈퍼컴퓨터 '프런티어(OLCF-5)'는 전체 설비 면적만 무려 2㎢"라며 "'프런티어'는 사상 처음으로 인간의 뇌 1개분 계산 능력을 넘어서는 데 성공했지만 소비되는 에너지는 100만 배"라고 설명했다.

현존 최강으로 평가되는 슈퍼컴퓨터 '프런티어(OLCF-5)' <사진=오크리지 국립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사람 두개골에 들어갈 만큼 작은 뇌에는 거대한 슈퍼컴퓨터에 뒤지지 않는 큰 가능성이 숨어 있으며, 미래 컴퓨터의 원동력은 인간의 뇌세포가 돼야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존스홉킨스대학교에 따르면, 현재 뇌 오가노이드 기술로는 생쥐 수준의 지능과 사고력을 구현하는 데만 꽤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일단 뇌 오가노이드가 완성되면 고도로 발달한 인공지능(AI)과 접목, 훈련을 거쳐 빠른 연산 속도나 처리 능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모든 종류의 컴퓨터에 필적하는 뇌 오가노이드를 만들려면 아마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이런 연구는 바이오컴퓨터 개발뿐만 아니라 뇌 장애와 질병 치료 연구에도 혁명을 가져올 수 있어 투자와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뇌는 단순 연산 능력에서는 슈퍼컴퓨터에 뒤지지만 복합적 사고나 예술 등 컴퓨터가 따라오지 못하는 기능을 가졌다. <사진=pixabay>

오가노이드 관련 연구는 2010년대 초부터 급속하게 진보했으며, 미니 뇌 역시 눈부신 발달을 거듭하고 있다. 호주 생명과학 스타트업 코티컬 랩스는 2021년 인간 세포를 배양해 만든 미니 뇌로 아타리 고전 게임 ‘퐁(Pong)’을 플레이한 결과 AI를 크게 웃도는 학습 속도가 관찰됐다고 발표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은 2022년 논문에서 인간의 미니 뇌를 생쥐의 뇌 일부에 결합, 정상 기능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같은 해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 실험에서는 미니 뇌를 이식한 실험 쥐의 혈관이 가짜 뇌를 진짜로 인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오가노이드 연구는 동물실험이 점차 사라지는 분위기를 타고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2년 9월 말 상원을 통과한 'FDA Modernization Act 2.0', 일명 'FDA 근대화법 2.0'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함에 따라 신약 개발의 동물 실험 의무화가 철폐됐다고 발표했다. 비록 강제는 아니지만, 많은 제약업체들이 동물 실험을 대체할 인공장기에 주목하는 상황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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