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마지막에 치르는 의식 장례. 죽음에 관한 것들이 대개 그렇듯, 장례는 꽤 무거운 주제지만 최근 인식이 바뀌면서 절차나 방법 등이 변화를 맞고 있다.

특히 주목 받는 것이 과학을 접목한 친환경 장례, 일명 '녹색장'이다. 우리나라는 장지 부족으로 화장이 1993년 통계작성 이래 꾸준히 증가해 왔으나 최근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녹색장들이 차츰 관심을 받고 있다.

녹색장은 최대 1000℃의 고온에서 시신을 태우는 화장에 비해 에너지 소비가 적고 환경오염이 덜하다. 저탄소를 실현하려는 세계 각국은 화장을 대체할 녹색장 개발을 위해 과학기술과 자본을 대거 투입하고 있다. 

■시신 용해하는 수장

수장의 원리 <사진=News Direct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Florida funeral home to employ body dissolving machine' 캡처>

현재 주목 받는 녹색장 중 하나가 수장(water cremation)이다. 특유의 친환경성 덕에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이미 2017년 수장을 공식 장례로 인정했고 2020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물로 화장한다’는 의미의 수장은 시신을 알칼리용액으로 가수분해해 유해만 남긴다. 시신을 안치한 고압탱크를 알칼리용액(물 96%, 수산화칼륨 4%)으로 채우고 180℃로 가열한다. 시신에는 150psi 정도의 압력이 가해진다. 수장이 끝나고 알칼리용액을 빼내면 탱크 내부에 유해만 남는다. 가루를 낸 유해는 화장한 뼛가루보다 입자가 곱고 설탕같다. 납골당에 안치하거나 수목장을 치를 수 있다.

수장의 단점은 유족이 받는 충격과 거부감이다. 인간이 죽어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과 비슷하다며 선호하는 사람도 있지만 고인을 녹인다는 점을 납득하지 못하는 유족이 아직은 훨씬 많다.  

■급부상하는 퇴비장(Human Composting)

퇴비장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recompose' 공식홈페이지>

시신을 퇴비로 만드는 장례다. ‘죽어 한 줌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 가장 가깝다. 2019년 5월 공식승인에 이어 지난해 5월 퇴비장을 시행한 미국 워싱턴주에는 현재 두 곳의 퇴비장 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퇴비장은 시신을 200gal(약 760ℓ)의 목재 칩이 깔린 탱크에 안치하고 온도를 145~155℃로 유지한다. 통풍시설을 갖춘 탱크에는 산소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부패를 가속화한다. 필요에 따라 태양열을 추가해 세균이나 미생물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준다.

최대 2주가 지나면 퇴비장이 끝난다. 퇴비로 변한 유해를 인계 받은 유족은 대부분 수목장을 치른다. 심지어 시설에 퇴비를 기부할 수도 있다.

퇴비장의 단점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이 5500달러(약 607만원)로 비싼 점이다. 참고로 화장에 드는 비용은 우리나라의 경우 관내는 12만원, 관외는 100만원이다. 워싱턴주의 한 퇴비장 시설은 비싼 비용을 고려해 분납도 받고 있다.

시신을 비료가 되도록 인위적으로 썩게 만드는 점에서 수장처럼 거부감이 만만찮다. 다만 결국 누구나 죽어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공감하는 사람이 느는 추세다. 때문에 현재 워싱턴주에서는 8명이 퇴비장을 치렀고 400명 넘는 대기자가 퇴비장에 동의했다.

■유해를 얼려 분해하는 빙장

Susanne Wiigh-Mäsak은 녹색장의 장점은 물론 거부감이나 윤리문제에 대해 다양한 해법을 제안한다. <사진=TED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Environmentally friendly burial: Susanne Wiigh-Masak at TEDxStHelier' 캡처>

스웨덴 생물학자 Susanne Wiigh-Mäsak이 개발한 장례방법이다. 시신을 동결건조한 뒤 가루처럼 분해하며, 이후 매장하면 1년여 뒤 완전히 자연으로 돌아간다. 

빙장은 탱크에 안치한 시신을 -196℃의 액체질소로 급속냉각해 결정 상태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후 탱크 바닥을 살짝 흔들면 얼어붙은 시신이 부서지며 가루가 된다. 남은 수분과 이물질을 완전히 제거한 뒤 친환경 상자에 담아 인계한다. 유족은 상자째 매장하고 나무 등을 심어 고인을 기린다.

이 장례는 이미 스웨덴 정부의 정식 승인을 받았고 여러 국가에서도 관심을 얻고 있다. 앞선 장례방법들과 같이 친환경적이라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국토 대비 장지가 부족한 우리나라 역시 매장, 화장과 더불어 빙장을 공식 장례로 인정했다. 다만 도입된지 얼마 되지 않아 제도가 미비하고 시설도 부족해 아직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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